현대해상은 이달 주가가 하락한 몇 안 되는 금융주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책임준비금 적립비율 축소 미혜택 등으로 향후 배당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들어 금융주 총 35개 종목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28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증가했다. 시가총액이 감소한 종목은 16일 종가 기준 롯데손해보험(-6.35%), 현대해상(-5.15%), 제주은행(-4.26%), SK증권(-2.51%), 다우기술(-1.57%), 삼성카드(-1.09%), 미래에셋생명(-0.57%) 등 7개 종목뿐이다.

현대해상 주가는 지난달 말 3만3000원에서 이달 16일 3만1300원으로 5.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금융당국의 책임준비금 적립비율 축소 혜택을 받게 된 삼성생명 주가는 9만32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9.44% 상승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현행 IFRS17에서는 시가에 따라 보험사가 충당해야 하는 책임준비금(부채)을 매긴다. 원가에 따른 책임준비금이 보험 계약 당시의 시장 조건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면, 시가에 따른 책임준비금은 매 결산기마다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를 반영해 결정된다.

금리만을 예를 들어 단순계산하면, 20년 뒤 보험 계약자에게 1억원을 돌려줘야 할 때 금리 3.50%에서는 1억원의 현재 가치인 5026만원만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해 두면 되지만, 금리 3.25%에서는 돈을 불릴 수 있는 양이 줄어들어 애초에 그보다 더 많은 5275만원을 적립해 두어야 하는 식이다.

금리인하로 충당해야 할 책임준비금이 늘면 지급여력비율(K-ICS, 지급여력금액(순자산)/지급여력기준금액)의 분모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기준금액이 늘어난다.

즉,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현대해상의 K-ICS 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169.70%로 작년대비 3.50%포인트 줄어들었다.

보험업법은 K-ICS 비율을 10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기준금리가 100bp(1bp=0.01%) 하락하면, K-ICS 비율이 13.30%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까지 인하하면 현대해상의 K-ICS 비율은 156.40%로 금융당국의 권고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올해 K-ICS 비율이 200%를 넘는 보험사에 한해 책임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대비 80%로 줄여주기로 하면서, K-ICS 비율이 169.70%인 현대해상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책임준비금 적립비율 축소 혜택을 올해 K-ICS 비율 200%에서 내년 190%, 2029년 150%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이 배당 여력을 축소하고 책임준비금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인하로 인한 K-ICS 비율 하락, 향후 책임준비금 적립비율 축소 혜택을 받기 위한 K-ICS 비율로의 상향 등 현대해상이 책임준비금을 늘릴 유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안은 K-ICS 비율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에 한해 적용될 전망이며, 이번 정책에 있어 (현대해상의) 수혜는 없다고 판단한다”며 “배당재원 확대의 가치는 떨어지는 한편 법인세 납부액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고배당 기조를 고수하는 회사”라고 반박했다.

조용일 대표는 2020년 3월 이성재 대표와 함께 현대해상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2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58년생으로 경북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4년 만에 현대해상에 합류했다.

35년간 현대해상에 몸담으며 일반보험업무본부, 기업보험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도맡았다.

대표이사 취임 후 역성장에 놓인 현대해상의 실적을 정상화했다.

현대해상 순이익은 조 부회장 취임 전인 2019년 전년대비 20.3% 감소한 2505억원에서, 취임 후인 2020년 3329억원, 2021년 4326억원, 2022년 1조2950억원, 지난해 6078억원으로 늘었다.

고배당 기조도 이어졌다. 이 기간 2021년을 제외한 현대해상 현금배당성향은 23~26% 이상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고실적과 높은 배당성향으로 지난 9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에 포함됐다.

다만, 최근 금리인하로 K-ICS 비율이 하락하고 금융당국의 책임준비금 적립비율 축소 혜택도 받지 못하며 주주환원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조 부회장이 중장기적 관점의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용일 부회장의 임기만료일은 2026년 3월이다.

이와 별개로 현대해상은 올 하반기 실적 악화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지난 8월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에서 “올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어려운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손보업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수료 등 비용의 지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인보험에 집중해 CSM(보험계약 서비스 마진) 확보에 힘쓰는 기존의 수익성 중심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