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세븐일레븐과 GS25 그리고 한화·두산·SK의 차이

日 세븐일레븐 인수 나선 서클K...PBR 5배 가격 제안해
韓 GS리테일 PBR 0.6배, BGF리테일 EV/EBITDA 2배
밸류업의 핵심은 '이사회가 독립적인 제 역할을 하느냐'

주주칼럼 승인 2024.09.17 08:00 의견 0

2023년말 점포 수 기준 국내 편의점 상위 3사는 CU, GS25, 세븐일레븐이다. CU와 GS25가 약 1만7천여 개 점포로 1, 2위이며, 미니스톱을 인수한 세븐일레븐이 약 1만4천개로 그 뒤를 쫓고 있다.

CU는 BGF리테일, GS25는 GS리테일, 세븐일레븐은 세븐앤아이홀딩스(Seven & I Holdings)가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3개 회사는 모두 상장사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한국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어 있고, 세븐앤아이홀딩스는 도쿄증시에 상장된 일본 회사다.

최근 일본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는 북미에서 서클K 편의점을 운영하는 캐나다 기업 알리멘타시옹 쿠쉬타르(ACT)의 세븐앤아이홀딩스 인수 시도일 것이다. ACT는 지난달 세븐앤아이 이사회에 회사의 모든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세븐앤아이는 인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제안된 인수 가격은 약 50~55조원으로 주가 기준으로 역사적 최고가 수준이기는 하나, 최근 주가 대비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 결국 세븐앤아이의 특별위원회와 이사회는 검토 끝에 인수 제안 가격이 기업가치보다 낮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최선이 이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ACT는 이번주에 인수 제안을 다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븐&아이 홀딩스 최근 5년 내 주가 [자료=구글]

세븐앤아이홀딩스는 현재 주가 및 인수 제안 가격 기준으로 약 5배의 PBR, 약 30배의 PER, 8배의 EV/EBITDA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한국 GS리테일의 PBR은 0.6배, BGF리테일의 EV/EBITDA는 2배다. 한국 편의점 기업들에 비해 이렇게 잘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븐앤아이의 경영진들은 인수 가격이 너무 낮다고 판단했다. 인수를 제안한 ACT는 캐나다 증시에서 16배의 PBR, 12배의 EV/EBITDA에 거래되고 있다. 세븐앤아이도 인수 제안 기업에 비하면 크게 저평가된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한국, 일본, 북미의 편의점 기업들만 비교해봐도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세븐앤아이와 같은 일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오늘 아침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약 PBR 1.4배, 영풍정밀은 1배 정도에 공개매수를 하기로 했다. 특히 영풍정밀은 전일 종가대비 2배 이상의 프리미엄에 공개매수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PBR이 1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장부가 대비 주가라는 것은 수익성과 연동되어 있으며 업종별로 다르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광범위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는 점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얼마 전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8%에 대한 공개매수는 PBR 약 0.3배에 이루어졌다. 두산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개편에서도 두산밥캣의 가치가 매우 낮게 평가되었으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합병가액은 0.5배 수준이었다.

일본의 세븐앤아이홀딩스 이사회와 특별위원회는 PBR 5배의 인수 제안도 싸다고 거절했다. 한화의 0.3배, 세븐앤아이의 5배, ACT의 16배,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첫째 이사회의 독립성에 있다. 세븐앤아이는 인수 제안을 받자마자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인수 제안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안인지에 대해 검토했다. 물론 일본의 상징적인 기업이 해외자본에 팔려서는 안된다는 정서도 있지만, 어쨌거나 주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회사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저가 공개매수나 합병에 대해 이사회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 아무 말이 없거나 기계적으로 승인하거나 둘 중 하나다.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서 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아직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둘째 정부의 정책에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METI)에서 작년 8월에 기업인수 시 기업과 주주이익극대화를 위해 이사회가 해야 할 지침을 제정했다. 이러한 지침에 근거해서, 인수 제안을 받은 경우 이해상충이 있으면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독립위원회를 구성해야 되고 전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성실히 검토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 세븐앤아이 이사회는 이러한 지침을 따른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딜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 거래인 한국은 어떤가.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딜을 검토한 기업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셋째 행동주의 펀드의 역할에 있다. 이번 세븐앤아이 인수 시도 전에는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 주주행동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행동주의펀드 밸류액트가 수년간 세븐앤아이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분할, 사업재편, CEO와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하며 주주행동을 했다. 9년 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펀드 써드포인트의 주주행동이 있었다. 수년에 걸친 이러한 주주행동 및 방어, 그 과정에서 주주가치에 대한 인식과 이사회의 역할 강화 등이 있었고, 주가는 재평가되었다. 반면 한국은 최근에 주주행동이 많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하면 여전히 그 건수나 규모가 작다.

일본 국민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편의점 기업 세븐일레븐을 둘러싼 자본시장에서의 인수 경쟁은 이렇듯 한국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배주주의 명령대로 싼 값에 인수합병을 단행하는 한국 기업의 상실된 이사회 기능과 정부의 역할, 그리고 시장의 기능이 완전히 개선될 때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비로소 해소될 것이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김형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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