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돈줄 막는 대출규제, 어떻게 바뀔까?

주택담보대출 제한 2주택자→1주택자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중단
실수요 1주택자 예외 규정 나와…대출 한도는 축소

김나경 승인 2024.09.10 09:09 의견 0
지난 6월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은행 가계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가계부채 급등에 따른 은행들의 다주택자 대출규제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경제신문>이 급변하는 다주택자 대출규제를 정리해 보았다.

◆ 2주택자 이상에서 1주택자로 규제 확대

주택담보대출 제한 규제가 2주택 이상 보유 세대 다주택자에서 1주택 세대로 확대됐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집을 한 채라도 보유한 고객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전국 모든 주택에 적용된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우선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주택을 새로 구입할 때만 유주택자에게 주식담보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NH농협은 아직 2주택 이상인 경우에만 수도권에 한해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5대 은행 가운데 유주택자 관련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없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 갭투자는 신축만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온 돈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일명 ‘갭투자’의 길도 좁아졌다.

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11월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할 계획이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대출 실행일에 집주인(임대인)의 소유권이 이전되거나 선순위채권이 말소, 감액되는 등의 조건이 붙는 전세대출이다. 이러한 조건은 집주인이 주택 구입과 동시에 전세를 준다는 뜻이다.

다만 신한은행은 임대인이 첫 집주인이 되는 신규아파트의 경우에는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실수요 1주택자는 숨통 틔워

이사를 가야하거나 결혼·이혼 등으로 새로 거주할 집이 필요한 1주택자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할 수 있게 했다.

KB국민은행은 2년 내 보유 주택을 처분하기로 약속한 1주택자에게 ‘주택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우리은행은 결혼예정자가 수도권에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경우 청첩장과 예식장 계약서 등을 확인하고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모두 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신청 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에 받은 상속주택이 있는 사람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우리은행은 △수도권 지역의 직장으로 취업·이직·발령 △자녀의 수도권 지역 학교로 진학·전학 △본인이나 가족의 1년 이상 수도권 소재 병원 통원 치료·요양 필요시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 상환기간 축소로 대출금액 쪼그라들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도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이달 도입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축소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DSR은 1년 동안 버는 돈에서 갚는 돈의 비율을 뜻한다. 현재 은행과 비은행은 본인의 소득보다 과도한 대출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각각 대출 한도를 DSR이 40%, 50% 내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금리가 갑자기 상승해 가계에 부담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애초에 대출을 덜 해주기 위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한다.

이달부터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 2단계 스트레스 DSR 0.75%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KB국민·신한·우리은행·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줄이면서 연간 갚는 돈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현재 5대 은행은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중단한 상황이다. KB국민·신한·우리·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30년으로 축소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종료한 상태다.

이에 따라 대출한도도 대폭 줄었다.

모 은행의 모의실험 결과, 연봉이 1억원일 경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9월 이전 40년 만기 6억9400만원에서 9월 이후 5억6800만원으로 1억2600만원가량 줄었다.

◆ 신용대출 문턱도 높이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도 줄어들 전망이다.

높아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에 이미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늘어난 상태다.

삼성생명은 지난 3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생명의 9월 주택담보대출 물량 역시 지난 5일 조기 소진됐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주 닷새 만에 4759억원 늘었다.

신한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최대 100%로 규제했다. 13일부터는 마이너스 통장 최고 한도도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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