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첫 유럽 취항부터 삐걱...'성장통' 그칠까

파리~인천 첫 장거리 취항부터 결항...기체 결함이 원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독일 프랑크푸르트 취항 예정
기재 확충·인력 운용 어려움...안전 비용 증가 계획
"태생이 중단거리 중심 LCC인 것이 근원적인 문제"

박소연 승인 2024.09.06 15:50 의견 0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노선 대체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프랑스 파리 첫 장거리 운항편부터 결항이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성공적으로 운항해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파리에서 인천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티웨이항공의 TW402편이 결항했다. 결항 사유는 기체 결함으로 대체 편을 보내는 과정에서 21시간 이상 소요됐다.

티웨이항공은 앞서 지난 6월에도 인천발 오사카행 TW283편도 기체 연료펌프 이상으로 11시간 이상 지연이 발생한 바 있다. 같은 날 태국 방콕발 인천행 비행기도 20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날 인천발 자그레브행 여객기에 기체 이상이 생기자 원래 오사카행으로 배치됐던 같은 기종을 대체 투입하면서 지연이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티웨이항공의 지연율은 국적 항공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지연율은 각각 21.3%, 24.4%를 기록했다. 반면 티웨이항공의 지연율은 34.8%였다.

수요는 늘어났지만, 한정된 항공기를 무리하게 운영하는 것이 지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티웨이항공의 운항 수는 1만7472편, 여객 수는 321만1036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24%(1만3415편), 30.37%(246만3013명) 증가한 수치다.

여객 송출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항공기 확충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웨이항공은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대한항공의 유럽 4개 여객 노선을 대체할 항공사로 선정됐다.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에 취항했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에 각각 9월과 10월에 취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전문 저비용항공사(LCC)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빠듯한 기재 운용에서 비롯되는 지연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상반기 기준 리스 계약을 통해 보잉737-800(NG) 항공기 27대, 보잉737-8(MAX) 2대, 에어버스330-300 3대, 에어버스330-200 1대 등 총 33대를 보유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총 11대를 도입해 총 41대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유럽 노선 취항을 위해 대한항공으로부터 빌려오는 A330-200 항공기 5대 중 3대가 현재까지 이관됐다. 나머지 2대는 오는 11월까지 넘겨받을 예정이다. 다만 자체적으로 도입하는 항공기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재 수는 장거리 노선의 운영과 횟수 및 그에 따른 단거리 노선 운영의 영향 또한 감안한 충분한 숫자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인력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부터 재직 중인 전체 객실 승무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휴직 기간은 오는 동계 스케줄 기간(10월 말∼내년 3월 말) 중 최소 1개월부터 최대 3개월이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항공기 도입이 지연되면서 한시적으로 초과 인력이 발생할 것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면서 이례적으로 많은 객실 승무원을 채용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직원 수는 3519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1%(914명) 증가했다.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o을 통해 생성한 '지연된 항공편을 기다리는 승객들' [이미지 편집=박소연 기자]

전문가들은 최근 티웨이항공에서 발생한 일련의 지연 사태를 두고 예견된 일이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웨이항공의 태생이 중·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운영되는 LCC라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기재를 비롯해 인력·운영시스템이 중·단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경쟁 제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선이 재분배되면서 티웨이항공이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됐다. 하지만 현재 확장된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감당하기에 내부 자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를 비롯한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운영시스템에서 안전성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는 LCC가 가지고 있는 한계, 비즈니스 모델의 정합성 같은 것들이 꼬리표로 따라다니는데 이 LCC 콤플렉스가 현실화됐다"며 "항공산업은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고, 기재·인력·시스템 등이 모두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노선을 급하게 양도받으면서 이 준비 과정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들을 단순히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전문 LCC로 나아가는 과정에 거치는 성장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윤철 교수는 "노선 재분배 과정에서 (우리나라 대형 항공사의 자회사인 LCC를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큰 제주항공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제주항공은 중단거리와 장거리를 같이 운항하는 부분에 대해 티웨이항공과 다르게 보수적인 접근을 했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라며 "티웨이항공은 유럽노선을 운항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중·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한 문제들을 많이 맞닥뜨릴 여지가 있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고 답했다.

황용식 교수는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노선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면 이번 사태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정비 결함·대체 기재 부족 등의 문제는 앞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혹여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후 대처에서도 보상에 대해 소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들이 오히려 스스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체 결함으로 지연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안전 관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티웨이항공은 관련 투자 집행 비용을 늘릴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안전투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티웨이항공은 항공기 교체 비용을 제외한 안전 투자 비용으로 총 3037억5100만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 대비 382.5%(629억5400만원) 증가한 규모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이번 파리~인천 지연은 안전 운항을 위한 점검 사항 발생으로 인한 지연이다"며 "유럽 노선을 포함해 현재 모든 노선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전면적인 투자와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