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尹대통령, 이러다 밸류업 법안도 거부권 행사할라

1400만 개인투자자가 지켜보고 있는 상법 개정안
정부·여당 뒤로 몸사리는 새 민주당이 발벗고 나서
1호 법안 발의안 민주당 강훈식 "통과 자신 있다"
야당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면 여당은 어쩔 것인가

주주시론 승인 2024.07.31 13:35 | 최종 수정 2024.07.31 13:53 의견 0

거부권 정국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양곡법·간호사법·노란봉투법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까지 줄줄이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과 낮은 지지율도 개의치 않는 대통령 간 기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추진했던 밸류업 법안까지 윤 대통령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지난 30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밸류업 프로젝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모습[사진=국회 제공]

핵심은 상법 개정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지배 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가 확립되기 바라는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밸류업과 상법 개정이라는 한국 자본시장의 숙원이 또다시 정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상법 개정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여러차례 상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재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권 스스로 꼬리를 내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재계를 설득한다며 "배임죄까지 폐지하자"고 하더니 어느새 관망의 자세로 돌아섰다. 최상목 부총리 역시 "기업하는 분들 걱정하는 결론을 내지 않겠다"며 물러섰다.

결국 여권이 지난 25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세 할증 폐지 등 기업인, 아닌 오너가가 좋아할 만한 내용만 담겼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은 빠졌다.

주주가 걱정하던 결론 그대로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모여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업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지난 30일에는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400만 개인투자자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당연한 행보다.

상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정무위를 우선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직권상정이라는 우회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국회 180석을 훌쩍 넘는 민주당으로서는 해볼 만한 카드다.

정무위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주경제신문>과 만나 "상법 개정은 1호 법안이기도하니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딱히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청에서 '주주 보호가 과하다'는 내용으로 필리버스터라도 할 것인가? 밸류업을 주창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또다시 거부권이라도 행사할 것인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400만 개인투자자들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이, 쥐를 잘 잡을 수 있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중국 덩샤오핑 주석 발언에 공감할 것"이라며 "정부 여당이 용두사미로 끝낸 밸류업을 민주당이 추진한다고 하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자본시장 밸류업 경쟁에서 민주당에 헤게모니를 뺏기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전향적 자세로 주주보호 상법 개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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