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200만원 간다던 SK㈜...15만원까지 떨어졌다

캐시카우 SK E&S 활용한 SK온 구하기 돌입
SK 주주들, 뜬금없이 손자회사 SK온 부실 떠안아
허황됐던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반성 있기를

주주시론 승인 2024.07.25 17:13 | 최종 수정 2024.07.25 17:18 의견 0

SK그룹 지주사인 SK㈜ 주가가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달 말에 접어들면서 15만원도 깨졌다. 사상 최저치다.

5월 말 최태원 SK 회장의 이혼소송 2심 결과가 나오면서 잠시 반짝했지만 그뿐이었다. 자사주 소각 소식은 들리지 않고 대신 SK㈜가 배터리 계열사인 SK온을 지원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SK㈜ 주주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무슨 죄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경질된 장동현 SK㈜ 전 대표가 주당 200만원을 약속한 것이 2021년 3월 주총이다. 당시 SK㈜ 주가는 20만원대 후반이었는데 그는 4년 내 시총 140조원, 즉 7배 성장을 일궈내겠다고 약속했다.

2021년 SK 주식회사 IR 자료 중 일부

지주사이자 투자회사가 어떻게 몸집을 단기간에 키울 것인지 묻는 질문에 장 전 대표는 파이낸셜스토리로 답했다. 워런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처럼 투자 지주회사가 되겠다고 한 것이다. 장 전 대표는 그러면서 "SK㈜가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 전문가들은 SK㈜가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재편이 우선 정상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SK그룹의 지배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ESG 경영과 파이낸셜 스토리를 틈나는대로 언급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 했다.

2019년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해 상장시켰고 배터리가 한창 유망했던 2021년에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분할시켰다. 유망한 사업부가 물적분할로 회사에서 떨어져나갈 때마다 모회사 주주들은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리밸런싱을 명목으로 SK 주주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배터리 업황이 기울자 SK온의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이유로 2024년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시키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주주를 설득하려다보니 합병비율이 SK E&S에게 불리하게 결정됐고 알짜회사인 SK E&S 지분을 90% 보유했던 SK㈜ 주주들이 이번에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K 일반주주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돈으로 이노베이션 주주를 도와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포장만 리밸런싱이지 결국 캐시카우 회사를 동원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이 과거 재벌의 선단식 경영 복원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돈을 잘 버는 계열사가 당장 어려움에 처한 계열사를 도우면 눈 앞의 불은 끌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의 지원이 계속되면 결국 전체 계열사가 모두 경쟁력을 잃고 그러한 위기가 경제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자본거래를 통해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일궈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자본시장에서 누군가의 다짐을 덜컥 믿어서도 곤란하다. 하지만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약속했던 절차들을 올바르게 준수했는가는 당연히 점검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아랫사람만 교체해서는 면이 서기 어렵다.

"우리 기업 오너들은 무오류의 경영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표이사만 교체될 뿐이다" 최근 SK와 신세계의 개혁안을 지켜본 한 금융계 인사가 던진 말이다. 지배구조 개편 없이 밸류업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쯤 인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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