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동에도 두산 합병안 유지...이와중에 밥캣 어닝쇼크

지난 24일 금감원, 두산 측에 합병안 정정신고 요구
합병비율 자체에는 변화 없을 듯...계속되는 실망 매물

김선엽 승인 2024.07.25 15:25 의견 0

두산계열사 합병에 금융감독 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두산그룹주 주식이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전날 두산밥캣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25일 오후 ㈜두산 주가는 전날보다 12% 가량 하락했다. 두산밥캣은 6%, 두산로보틱스는 8% 떨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도 4% 넘게 빠졌다.

전날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최근 제출한 '합병'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 11일 두산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면서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사업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두산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부문과 두산밥캣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하고 그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

그리고 두산로보틱스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 일반주주들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해주고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 시킨다.

두산의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컸다. 특히 저평가된 두산밥캣 주식을 내주고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게 되는 두산밥캣 주주들의 불만이 거센 상황이다.

션 브라운(Sean Brown) 테톤캐피탈 이사는 지난 22일 한 세미나에서 "이는 사실상 보유 주식을 반 정도나 희석 당하는 것”이라며 "홧김에 지분 대부분을 장내매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금감원이 이번에 정정신고를 요구하면서 합병비율을 직접 문제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기업 합병의 경우 최근 1개월, 1주일 평균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한 값을 바탕으로 양측 교환비율을 기계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이번 합병과 주식교환이 가져올 시너지와 리스크를 보다 객관적이고 풍부하게 투자자에게 설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 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등에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두산밥캣이 전날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도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2분기 두산밥캣은 원화 기준으로 매출액 2조 2366억 원, 영업이익 2395억 원으로 컨센서스 대비 13%, 29%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동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은 높은 기저와 시장 수요 둔화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며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진행 중이며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는 장기 관점, 단기적으로는 지분 교환 및 합병에 대한 두산밥캣의 가치 희석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금감원이 정정신고를 요구한 것에 더해 밥캣의 어닝쇼크가 두산 그룹주 전체에 영향을 준 듯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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