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사재 출연은 단 2천만원...회삿돈으로 축협회장 12년 군림
정 회장, 2018년 40억 출연 약속
정작 출연은 법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도맡아
정 회장 축협 독단 논란에 사퇴 요구↑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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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09:00 | 최종 수정 2024.07.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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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단적으로 대한축구협회를 지휘한다는 비판을 받는 정몽규 회장이 실상 협회에 출연한 사재는 2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한축구협회 공시서류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장이자 HDC그룹 회장인 정몽규는 지난 12년간 협회에 총 2000만원을 출연했다. 정 회장은 2013년 1월 이후 제52대~제54대 대한축구협회 집행부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7월 대한축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몽규 회장이 축구 발전을 위해 4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정 회장은 “찬조금이 새로 선임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연봉을 지원하고,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됐으면 한다. 특히 외국의 유능한 지도자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할 경우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잘 써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정몽규 회장이 그 해 출연한 금액은 2000만원이었다. 이 금액이 정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에 사재를 출연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기간 대한축구협회의 출연을 도맡은 곳은 정몽규 회장 개인이 아닌, 법인 HDC현대산업개발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4년 5억원, 2017년 10억원, 2018년 20억원, 2019년 20억원, 2023년 20억원을 대한축구협회에 출연했다.
정몽규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진 인물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HDC그룹 지분구조는 정몽규 회장 33.68%→HDC 41.52%→HDC현대산업개발이다.
정 회장이 지분 33.68%를 가진 회사가 간접 지배하는 회사가 출연했으니 곧 정 회장이 출연한 것이라 본 것이 아니라면, 대한축구협회의 홍보는 설명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최근 대한축구협회를 독단적으로 이끌고 있어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원 선거에서 낙선하자 피파 내 자신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피파 기술연구그룹(TSG) 소속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을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당시 감독으로서는 클린스만이 정점을 이미 지난지 오래였다는 평가가 나왔을 때다. 클리스만은 올해 2월 경질당했으며,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에게 약 102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후 새 국가대표 감독을 뽑는 과정에서, 전략강화위원회 위원이 기존 11명에서 5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지난 7일 갑자기 홍명보 울산HD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와 축구협회가 불투명하고 단독적인 결정을 한다는 논란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지난 12일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며,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5일 정 회장을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협박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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