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톤캐피탈 "두산 합병 공시 보고 두 눈 의심"

㈜두산, 밥캣 지배력 14%→42%
와이즈포레스트 “로보틱스 공모가 기준이면 두산 지분율 18% 그쳐”
테톤캐피탈 “보유주식 절반 희석…한국보단 다른 나라 투자”

김나경 승인 2024.07.22 18:40 의견 0
2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션 브라운(Sean Brown) 테톤캐피탈 이사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김나경 기자)

두산그룹 상장 3사의 분할·합병이 일반주주의 부를 지배주주에게 이전하는 불공정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분할·합병이 성사된다면 다른 기업집단에서도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합병을 우후죽순 발표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TowIFC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한국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약탈적 자본거래, 정말 이제는 멈춰야 한다’ 세미나가 열렸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가 발제를 맡았으며, 션 브라운(Sean Brown) 테톤캐피탈 이사, 김광중 변호사, 이나래 변호사, 이정현 변호사가 토론을 맡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션 브라운 이사는 “그날 오후 합병 공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는 1위 경쟁사보다 할증을 붙여도 7000억원 정도다. 두산밥캣은 15조원이다. 이 기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비율은 4 대 96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49 대 51이어서 씁쓸했다. 이는 사실상 보유 주식을 반 정도나 희석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홧김에 지분 대부분을 장내매도했다. (일반주주의) 보유 지분은 절반 정도 희석되는데 두산 재벌가는 어마어마한 수혜를 받는다”며 “앞으로는 이사의 충실 의무 등을 각 나라마다 자세히 분석할 예정이며, 요즘에는 한국보다 다른 나라 투자 기회를 더 많이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천준범 대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이사회의 합병 재상정 및 재고 ▲두산로보틱스 주식 초고평가 상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엄격 심사 ▲주총에서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 자진 제한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합병·분할과 같은 자본거래는 원래 기업의 거버넌스, 즉 의사결정 구조와 주주 간 이해관계를 변경하여 빠르게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구조조정 방식이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집단 내에서 합병을 해도 어차피 회장님(동일인)이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도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사의 분할·합병 등 자본거래는 위와 같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최악으로 이용한 사례를 만들었다”며 “만약 로보틱스가 작년 10월 공모가에 따른 기업가치 약 1조6000억원으로만 평가됐더라도 같은 거래에서 ㈜두산의 최종 지분율은 18.7%에 머물렀을 것이다. 로보틱스의 고평가가 ㈜두산에 얼마나 이익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11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는 방안을 공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해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여기로 두산밥캣을 귀속시킨 후 분할법인을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시키고 자회사가 된 두산밥캣과 포괄적주식교환을 진행해 상장폐지 후 합병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보다 매출이 183배가량 높음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최근 주가 기준으로 1 대 1로 정해졌다. 합병 결과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은 14%에서 42%로 높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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