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전력기기 초호황...슈퍼사이클 맞은 HD현대일렉트릭

주가 올초 대비 300%↑..2년간 1300% 올라
노후 변압기 수요·데이터센터향 수요 급증
초고압 변압기 비중 높아...영업이익률 16%대
현금성자산 두배 이상 증가
구리 가격 상승·금리 하락 리스크 요인

박소연 승인 2024.07.09 09:14 | 최종 수정 2024.07.14 19:06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가 올 초 대비 300% 가까이 상승했다. 주력인 전력기기 사업이 초호황을 맞으면서 경영실적과 주가가 동반 고공행진 중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전날 32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월2일 8만100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00% 넘게 올랐다. 2022년 7월과 비교했을 때 2년간 주가 상승률은 1300%가 넘는다.

전통 사업인 전력기기 사업은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현재 전력 사업의 슈퍼사이클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 내 노후화된 변압기의 교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년 이상 사용됐다. 변압기 수명이 30~40년인 점을 고려할 때 빠른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러스트밸트, 펜실베니아 등 북동부 지역 내 공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형 산업용 변압기 수명도 40년을 초과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을 비롯한 국내 변압기 기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변압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늘면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변압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향 초고압 변압기는 기존 대비 높은 사양을 요구하기 때문에 충분한 납품 이력이 필요 없고 가격도 높다는 설명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여러 문의를 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외에도 베트남,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신사업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국가 중심으로 변압기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7일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의 시가총액은 11조5711억원이다. 코스피 35위를 기록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HD현대일렉트릭은 발전→송전→배전→소비(부하)에 이르는 전력공급 과정 전 단계에 필요한 다양한 전기전자기기 및 에너지 솔루션을 제작·공급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제작해 공급하는 제품들은 전력 공급의 단계에 따라 전력기기, 배전기기, 회전기기 등으로 구분된다.

전력기기로는 발전·송전 단계(고압,통상 50kV 이상)에서 적용되는 전력변압기, 고압차단기 등이 있으며, (1kV~50kV 중압, 1kV미만 저압)에서 적용되는 배전반, 중저압차단기 등의 배전기기, 부하로써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전동기 등의 회전기기가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사업부문은 골고루 성장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전력기기 사업은 전년 대비 매출이 70%, 올랐으며 배전기기 사업은 52.8%, 회전기기 사업은 32.2% 상승했다.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약 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4.4% 성장했다. 1분기에만 약 14억달러의 신규 수주를 달성하며 올해 수주 가이던스 37억달러의 약 40%를 달성했다.

국내를 비롯해 유럽, 북미, 중동 등지에서 매출이 고루 성장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비중이 높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국내 변압기 기업은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을 꼽을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기준 16.08%로 3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본격적인 시설 투자에 나섰다.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에 각각 272억원과 18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회사는 증설을 통해 연간 매출이 22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자금 여력은 어때?

실적 상승에 힘입어 HD현대일렉트릭의 재무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78.2%다. 지난해 말 175.3% 대비 2.9% 상승했다.

이외 지표들은 눈에 띄는 개선을 보였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같은기간 3655억원으로 1761억원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7155억원 대비 5671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순차입금 감소가 두드러졌다. 순차입금은 5148억원에서 1791억원으로 32.8% 줄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HD현대일렉트릭은 수주산업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고객사로부터 제품을 수주하면 일부 선수금을 지급받은 후 공사 중간과 최종 제품 납품 후 나머지 잔금을 지급받는다"며 "이 과정에서 매출은 잔금을 모두 지급받는 시점에 인식되며, 그 이전까지는 선수금 등이 모두 부채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분기의 경우 수주 확대에 따른 선수금 유입으로 순차입금 비율 및 현금흐름은 좋아졌으나, 아직 매출로 인식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부채 비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조석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조 사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통 관료 출신의 전문경영인이자, HD현대 그룹의 첫 외부 인사 출신 대표이사다.

25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30년간 상공부, 통상산업부, 대통령비서실,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등을 두루 거쳤다.

2020년 3월 대표이사직을 맡은 후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회사를 흑자기조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부임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 올해 3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매출 3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금리 인하 여부 등이 하반기 실적 성장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변압기의 핵심 원료인 구리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올해 들어 20%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이와 관련 HD현대일렉트릭은 1분기 실적발표 및 컨퍼런스콜에서 "구리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확보한 물량 있다. 1차 협력사를 통해 납품되는 부분이 있어 구리 가격 증가가 바로 손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하반기에 들어서는 구릿값이 이익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금리가 인하로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 경우 상반기 대비 고환율의 수혜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

반덤핑 관세 역시 리스크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14.9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 선수 한 마디

HD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기준 주가이익비율(PER)은 36.33배로 동일업종 평균 24.16배 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54배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향 매출은 이제 시작"이라며 "최근 이와 관련된 수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매출 비중은 5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략 2년치 이상의 수주물량이 쌓여있고 최근 받는 수주의 납기는 3년 이후인 장납기 물량으로 파악된다"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와 변압기 수요 증가 사이클을 감안할 때 주가 우상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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