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자사주 5% 매입 속내는…자진상폐 수순

2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자사주 지분 10% 넘어
소각 시 한앤코 주식매입 부담 절반 줄어

김나경 승인 2024.07.06 09:08 | 최종 수정 2024.07.08 09:35 의견 0
(사진=남양유업)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자진상폐 시키기 위한 밑작업을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해 전량 소각하면 추후 포괄적주식교환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주식수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달 24일 NH투자증권과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2월 24일까지다.

200억원은 5일 종가(58만7000원) 기준 3만4071주를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남양유업의 자사주 지분은 10.33%(7만4340주)에 이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매입이 최대주주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자진상폐시키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해 남양유업 자사주를 소각시킬 유인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남양유업이 자기주식을 소각하면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의결하기 위해 공개매수 등으로 확보해야 하는 주식 수가 파격적으로 줄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사모펀드 주도로 일어난 자회사 상장폐지 물결의 다음 타깃으로 점쳐진다. 올해 3월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6817억원에 달해 최대주주가 100% 비상장 자회사로 전환 후 배당이익을 노릴 수 있다.

이미 한앤컴퍼니는 자회사 상장폐지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쌍용C&E에서 공개매수를 진행해 지분 93%를 확보했다. 이후 쌍용C&E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 100%를 확보했으며, 쌍용C&E는 자진상폐를 신청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모회사가 자회사를 지분율 100%의 완전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자회사 주주에게 모회사 주식을 주고 자회사 주식을 가져오도록 하는 제도다. 특별결의 사항으로 지분율 67%만 있으면 실행 가능하다.

하지만 2016년 개정상법 시행과 함께 자회사 주식에 대한 대가로 모회사 주식 대신 현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모회사가 지분 67%만 있으면 자회사 주식을 강제매수할 수 있어 자회사 소액주주 축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지분율은 52.63%(37만8938주)다. 특별결의를 위해 직접매입이나 공개매수 등을 통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주식 수는 10만3462주이지만, 자기주식 전부를 소각하면 이 주식 수는 5만3654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포괄적주식교환이 소수주주 축출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규정상 자진상폐는 대주주 지분율이 95% 이상일 때 가능하다. 9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절대적 대주주의 불편을 막기 위한 제도다. 원래는 5% 미만의 소수주주에 대한 문제”라며 “하지만 포괄적주식교환 대가로 현금을 교부할 수 있게 되며 사실상 지분 67%만 있으면 포괄적 주식교환 특별결의 후 강제매수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소수주주를 축출할 수 있게 되며 30%가 넘는 소수주주에 대한 문제로 변했다. 이는 제도상 허점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은 자진상폐 신청 시 최대주주의 최소지분율을 95%로 정하고 있다.

한편, 남양유업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기존의 실적 악화와 경영권 분쟁 소송 등을 보상하는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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