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남양유업의 심혜섭 감사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취소의 소에서 심 감사의 손을 들어줬다. (관련 칼럼: http://s-econ.kr/View.aspx?No=3201406)

주주총회에서 이사인 주주가 본인을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결정하는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풀어 말하면 본인 보수 한도를 본인이 결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게 가능하다면 대주주 지분율이 50%를 초과하거나 그 정도 수준으로 높은 회사는 이사의 보수 한도를 예를 들어 1조원으로 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 같은데, 그동안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이런 식으로 대주주가 직접 보수 한도를 정해 왔다. 그런 관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던 주주들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확실한 판례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일부 주주연대와 법무법인에서 남양유업 사례를 참조해 같은 유형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선임한 이사는 주주를 위해 일한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 따라서 이사의 보수는 주주가치와 연동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사의 보수가 ROE와 같은 주주 수익성 지표 또는 총주주수익률과 같은 주주가치 지표와 연동되어 있다. 그리고 절차적으로도 당연히 당사자를 제외한 주주들의 투표를 통해 보수 또는 보수한도를 결정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보수가 주주가치와 연동된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자의적으로 보수 금액을 정하며, 보수한도를 정할 때도 이사인 대주주가 전부 의결권을 행사한다.

전체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 규모보다 이사 보수지급 규모가 더 큰 회사들도 많다. 다른 주주들과 배당은 나누기 싫고 본인 보수는 많이 받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견제가 필요한데, 이번 남양유업 판결이 그러한 견제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는 대주주가 너무 과도한 보수를 받아가려 할 때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남양유업의 판례를 바탕으로 대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거나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사인 대주주가 자발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사례들도 나올 것이다.

남양유업의 사례와 같이 주주가치에 좋은 판결들이 누적되면 한국 자본시장은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많은 후속 판례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김형균 본부장

주주경제신문 주주칼럼 sunup@s-econ.kr 주주칼럼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