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주가로 말한다] 초대형IB 노리는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공시 이후 주가 4.9%↑
3개년 중장기 목표 구체화
리스크 관리 진행 中
초대형 IB 도전

김나경 승인 2024.05.30 17:25 의견 0
키움증권 주가는 엄주성 대표가 취임한 올해 1월 8일 9만3000원에서 지난 29일 12만9500원으로 39.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7040원에서 7330원으로 4.12% 올랐다.

키움증권이 지난 28일 국내 상장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공시 이후 주가는 3 거래일 만에 4.9% 상승했다.

지난 3월 공정공시를 통해 발표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구체화된 양상이다. 이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3개년간 △REO 15% △주주환원율 30% △PBR 1배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수익성도 좋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2455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이다.

이 기간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주식 결제대금은 2조1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3% 증가했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의 위탁매매수수료(브로커리지) 수익은 895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30% 증가했다. 해외주식 거래대금과 시장점유율도 늘어 관련 수수료 수익(372억원) 역시 직전분기대비 54% 증가했다.

리스크 관리 역량도 높이고 있다.

지난해 키움증권은 ‘라덕연 주가 조작 사건’과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등 두 차례나 주가조작에 연루돼 5000억원 가까운 미수금 폭탄을 맞았다.

영풍제지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11개월 만에 15배 이상 올랐을 때 다른 증권사들은 미수거래 증거금 비율을 100%로 높였으나 키움증권은 40%를 유지한 게 화근이 됐다.

미수거래란 투자자가 증거금 비율만큼만 돈을 내고 나머지 돈은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투자자가 미수거래로 주식을 산 날부터 3거래일 내 돈을 갚지 않으면 빌려준 돈은 미수금이 된다.

대규모 미수금으로 치명적인 영업손실을 입은 키움증권은 조직 개편에 나섰다.

기존 전사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는 리테일비즈(Biz)분석팀으로 승격됐다. 감사운영본부에 감사기획팀을 신설해 현업·리스크·감사부문 3중 통제체계도 구축햇다.

이에 따라 신용 공여 가능 종목이 축소됐으며, 지난 1분기 이자손익(1664억원)은 직전분기보다 13% 감소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대형 투자은행(IB)에도 도전한다.

금융위원회는 별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며 내부통제 시스템과 재무건전성 평가를 통과한 증권사를 초대형 IB로 인가해 준다.

키움증권의 올 1분기 기준 별도 자기자본은 4조4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이 회사가 내부통제 시스템과 재무건전성 평가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자금조달이 확대돼 기업대출 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발행어음 업무의 수익성이 크지 않고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엄주성 사장은 올 1월 황현순 전 대표가 대규모 미수금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하며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위기 상황에서 내부통제를 이끌 적임자로 주목받았다. CFO란 기업 내 재무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가장 높은 직급으로 소속 기업의 재무 상태 전반을 책임진다.

1968년 서울 출생으로 시흥고등학교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투자경영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93년 대우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7년 키움증권으로 이직했다.

초대 자기자본투자(PI) 팀장으로 합류해 투자운용본부를 14년간 이끌었다.

△2010년 PI본부 이사부장 △2011년 투자운용본부 이사 △2013년 투자운용본부장 △2022년 전략기획본부장 전무 △2023년 전략기획본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엄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지난해의 시련은 마치 대나무가 성장할 때 마디가 생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키움증권의 양적·질적 성장 스토리에 계속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포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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