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주가로 말한다] 혼돈의 IFRS17...이성재 현대해상 대표

손실부담계약비용 보수적 적용
제도변경에 오히려 2700억원 환입돼
신계약CSM 11.5%↓…수익성 과제 남아
주주환원 확대 무리

김나경 승인 2024.05.27 09:54 의견 0
현대해상 주가는 이성재 대표가 취임한 2020년 3월 20일 1만8450원에서 지난 23일 3만2700원으로 77.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 주가는 12만9500원에서 34만7500원으로 168.34% 상승했다.

한 달여 만에 15% 가까이 올랐던 현대해상 주가가 다시 하락세에 들어섰다.

지난 1분기 새로운 보험회계제도를 등에 업고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내 금융당국에서 회계기준 수정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1분기 별도기준 순이익 4773억원을 벌어들였다. 영업이익은 6411억원이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4%, 52.3%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16일 한화투자증권은 “IBNR 전입에 관한 시행세칙 변경을 실손 계약에 적용하면서 손실계약비용에서 2700억원의 환입이 발생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제도인 ‘IFRS17’을 적용하고, 올 1분기부터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적립시점을 원인사고일로 통일했다.

IBNR은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아직 청구되지 않은 보험금이다. 보험사는 이 비용을 계산해 준비금(보험 부채)으로 적립해야 한다. 과거 IBNR 적립시점은 원인사고일과 지급사유일 가운데 선택할 수 있었다. 지급사유일보다 먼저 발생하는 원인사고일을 기준 시점으로 하면 보험사는 더 많은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앞서 회계기준 변화를 앞두고 더욱 보수적으로 손실부담계약비용(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은 계약)을 책정했으며, 그 결과 새 회계기준으로 오히려 대규모 환입이 발생했다. 손실계약으로 분류되던 기존 계약에서 대규모 환입액이 나오면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분기 492억원 이상을 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으로 적립했지만, 올 1분기에는 2263억원가량을 손실부담계약집합의 변동으로 환입했다.

다만, 이번 실적 개선은 제도 변경에 따른 일회성 이벤트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업력 강화, 포트폴리오 개선 등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 제도 변경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올 1분기 현대해상의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1분기 4580억원에서 올 1분기 4050억원으로 11.5% 감소했다.

신계약CSM은 IFRS17에서 핵심 이익 지표로 꼽힌다. CSM은 IFRS17에서 새로 도입된 계정과목으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으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예상 이익, 즉 미실현이익을 뜻한다.

CSM은 부채로 인식된 뒤 계약기간이 지남에 따라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된다. 기존 보험계약에서 발생한 CSM은 계약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감소함으로, CSM 총액을 증가시키고 이익규모를 키우기 위해 신계약CSM을 꾸준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현대해상은 올 1분기 투자손익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8% 쪼그라든 108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부동산 관련 수익증권 평가이익 기저효과에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새 보험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단기 실적이 과장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판단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자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16일 3만3600원까지 올랐던 현대해상 주가는 21일 해당 소식이 알려진 이후 4거래일 만에 4% 이상 감소해 3만2250원까지 떨어졌다.

주주환원정책 등 밸류업 기대도 낮다.

하나증권은 "손실부담계약비용 대규모 환입의 영향으로 1분기에 좋은 실적을 기록했으나, 향후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상적인 이익 체력의 개선과 자본비율 상향조정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PBR이 0.3배대로 업종 내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가장 높으나 주가 상승 모멘텀은 주주환원 확대 가시성이 높아지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재 대표이사 사장은 2020년 3월 조용일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돼,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1960년생으로 서울고등학교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현대해상에 입사해 미국과 일본지사 지점장과 기업영업, 경영기획본부장 등 다양한 영역을 섭렵했다.

2016년 부동산자산관리 기업 현대C&R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8년 현대해상 전무로 돌아왔다. 안정적인 실적 개선세를 인정받아 2019년 부사장, 2020년 대표이사 부사장, 202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3년간 순이익을 2배 이상 성장시켰으며, 2022년에는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연임 첫해인 지난해 순이익이 8057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37.1% 쪼그라들며 현대해상을 ‘1조 클럽’에 포함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 대표는 올해 △이익창출력 증대 △효율 중심 영업 경쟁력 강화 △소비자와 함께 미래 성장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CSM을 높이기 위해 수익성 중심의 상품을 공급하고 어린이·고령·유병자 시장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심사를 간소화하는 등 비가격요소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CSM전략TF(태스크포스)’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후 CSM 위주로 수익성 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 증대에 경영 활동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