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한국 기업을 생각하다
하루 종일 주총...버핏은 주주 질문에 성실히 답변
반면, 한국 기업들은 "주총은 질문 하는 곳 아냐"
전자투표 도입 의무화해야...대면 주총 개최도 필수
주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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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11:57 | 최종 수정 2024.05.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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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4일 수만명의 인파가 미국 중소도시 오마하의 컨벤션센터에 모였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필자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을 두번째로 방문했다.
찰리 멍거 타계 후 멍거 없이 하는 첫 주총이었는데, 버핏은 예년과 같이 주주들의 수많은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며 오후까지 하루 종일 주주총회를 열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은 일종의 축제의 장이다.
그러나 필자는 버크셔 주총장에서 문득 씁쓸함을 느꼈다. 불과 한두 달 전 참석했던 한국 기업들의 주주총회 모습이 떠올라서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주주총회를 요식행위로 여긴다. 십분만에 끝나는 주주총회도 많고 주주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는 곳도 많다.
심지어 작년에 모 자산운용사가 주주관여활동을 했던 모 기업은 주주총회를 아예 개최하지도 않았다. 운용사 매니저가 사전 연락 없이 지방에서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가니 주총장 문이 닫혀 있고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회사에 연락하니 주주들이 안 와서 주총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필자가 직접 참석했던 모 회사의 주총에서도 필자가 질문을 하니 의장이 “주총장은 질문하는 곳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다. 황당했지만 할 말을 잃어 더 이상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주총은 단순히 안건 의결만 하는 곳인가? 하루 종일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은 무엇이란 말인가?
특히 한국 주총은 대부분 3월말 특정 일자에 몰려 있다. 당연히 평일이고, 더구나 본사가 지방인 경우 지방에서도 많이 한다. 직장인 주주들은 현실적으로 휴가를 내지 않는 한 참석하기 힘들다. 더구나 많은 종목을 투자하는 경우 주총을 다 가기는 더욱 힘들다. 그럼 전자투표라도 해야 할 텐데, 전자투표를 하지 않는 회사가 많다. 특히 주주제안이 상정되면 더더욱 전자투표를 하지 않는다.
정부가 전자주주총회를 시행하려 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회사의 선택에 맡겨 놨고, 완전 전자주주총회 역시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주주들이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회사의 임원들을 대면해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질 수 있다.
필자가 늘 주장하는 것이지만 전자투표를 의무화 해야 한다. 투표를 용이하게 하여 최대한 많은 주주가 투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주주들의 뜻을 모아서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리고 완전 전자주주총회는 허용하지 않고, 전자주주총회를 하더라도 무조건 대면 주주총회도 동시에 개최하여야 한다. 수만명의 주주를 환영하는 축제의 장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을 본받자.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 전후에는 이를 모방한 많은 회사들의 주주총회가 오마하에서 열린다. Markel Group 같은 회사가 버핏을 롤모델 삼아 몇시간 동안 주주들의 질문을 받고 응답하는 형태의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마하는 마치 올림픽 개최와 같은 특수를 며칠간 누린다.
우리나라도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이 수만명, 수천명의 주주들이 모여 회사를 이해하고 즐기는 축제와 같은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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