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히던 밸류업 수혜주들, 넉 달 만에 제자리...일장춘몽

지주사 등 저PBR 기업 주가, 연초 수준으로 회귀
증권·금융만 힘겹게 주가 방어...결국 관치금융(?)
"놀부심보에 주주환원 정책,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김선엽 승인 2024.05.13 16:04 | 최종 수정 2024.05.13 16:16 의견 0

올 초만 해도 밸류업 바람에 힘입어 높은 주가 상승이 기대됐던 종목들의 주가가 넉 달만에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현 가능성 및 지속가능성을 두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일환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저PBR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주로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로 그 동안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기업들, 또는 그 기업의 모회사다.

대표적으로 자사주 비율이 46.6%였던 조광피혁이 꼽힌다. 2조5000억원이 넘는 이익이영금을 보유한 영원무역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조광피혁 주가는 2월 초 7만900원까지 상승했다가 현재는 5만원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8년 간의 주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영원무역도 특별한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서 하락세가 완연하다.

PBR 0.2의 화천기공의 경우 조국 테마주로 분류되며 한 때 4만원을 넘어섰으나 이를 틈탄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3만원까지 떨어졌다.

대표적 저PBR 기업인 태광산업은 한 때 100만원을 목전에 뒀으나 현재는 60만원대 중반으로 주가 레벨을 낮췄다.

지주사들도 계열사의 배당 증가 기대로 1분기 한 때 큰 폭의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5월 들어서면서 대부분 기업 주가가 작년 말 수준으로 회귀했다. 삼성물산, SK, LG, 한화 등이 모두 비슷한 움직임이다.

대표적 유통주인 이마트 주가도 힘을 못쓰고 있다. PBR이 0.2배에도 못 미친다고 해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오히려 0.15배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증권주와 은행주가 연초의 상승폭을 어느 정도 방어하고 있다.

증권사 중에서는 부국증권(42.7%), 신영증권(36.2%), 대신증권(27.2%), 미래에셋증권(22.5%) 등이 높은 자사주 보유로 관심을 받았고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도 고질적인 ROE 정체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결국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것이 정부 입김이 통할 수 있는 금융 및 증권주에만 한정돼 영향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 전반적으로 밸류업 기대가 식으면서 관련주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재원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지배주주 사익추구로 인한 놀부 심보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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