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최근 급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1만20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인적분할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하루 10%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 법인 인더스트리얼솔루션(가칭)을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설법인과 약 9대 1의 비율로 인적 분할하고, 신설법인은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둘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력사업인 항공 및 방산 분야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분할은 임시주주총회와 분할 신주 배정을 거쳐 9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방산, 시큐리티(CCTV), 산업용장비, IT서비스, 항공우주 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비중은 각각 18.59%, 62.84%, 19.66%, 5.09%, 6.85%, 1.34%를 차지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산사업은 자주포, 장갑차, 정밀유도무기, 재래식 탄약, 레이더 등 군수장비를 생산한다. 방산사업은 최근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호주 국방부와 수출용 장갑차인 레드백 129대를 공급하는 3조원대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세계 최대 방산 업체인 독일 라인메탈을 제친 결과다. 올해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서 주력 제품인 K9 자주포의 추가 수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사업은 가스터빈엔진 및 엔진부품, 항공기 구성품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9조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핵심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장기간의 개발기간과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시큐리티 사업은 CCTV, 저장장치,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지능형 기술이 아날로그·네트워크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 또는 서비스와 결합해 고객에게 안전, 안심, 유용한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산업용장비사업은 칩마운터, 공작기계 등을 생산한다. 첨단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제품 기능·성능 및 신뢰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IT서비스업은 전산시스템 설계 및 구축 등을 제공한다. 우주사업은 국내외 정부 및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위성시스템, 위성영상 및 위성영상 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 자금 여력은 어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건전성 회복은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채비율은 317.2%로 2021년 181.0%, 2022년 286.7% 대비 급등했다.
총차입금 역시 같은 기간 4조1700억원으로 전년 3조6258억원 대비 증가했다.
순차입금 증가세는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2조270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4350억원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이유는 한화오션 인수 및 관계사 지분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인수에 한화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미국 신설 법인 한화퓨처프루프에 5억달러 출자를 결정하고 1억6000만달러를 투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AA-(안정적)인 현재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의 장남인 김 사장은 1983년생으로,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중국법인인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직을 맡았으며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 한화큐셀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선 이번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김동관 부회장의 승계구도 굳히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 발표에 앞서 (주)한화는 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비상장 자회사로 변경하고, 자회사인 한화오션 및 한화솔루션에 일부 사업을 양도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건설부문의 해상풍력과 글로벌 부문의 플랜트를 한화오션에 넘기고 모멘텀 부문의 태양광 장비를 한화솔루션에 양도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김 부회장이 이끄는 주력 사업인 방산·태양광·우주항공을 결집시키면서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인적분할로 실적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컨센서스(추정치)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분할 전 대비 각각 14.8%, 19.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속회사의 주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2년 이수화학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을 인적분할(8:2)해 기존 석유화학 부문을 남긴 채 정밀화학과 전고체전지 부문을 분할했다. 이후 존속회사의 주가는 하락한 반면, 신설회사의 주가는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진행된 한화솔루션의 인적분할은 존속회사의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갤러리아 인적분할(9:1)과 함화첨단소재 물적분할을 동시에 단행한 바 있다. 인적분할와 물적분할에도 각 사업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 선수 한 마디
증권가는 이번 인적분할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 결정은 방산 사업구조 완성을 위한 마침표다"며 "신설회사 가치 평가를 위한 분할보다는 존속회사의 사업 고도화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적분할 결정에 따른 주가하락 리스크보다는, 그동안 사업 혼재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소 제거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분할이 주주가치 변화에 미치는 영향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화비전·한화정밀기계 두 기업의 경우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양사는 실적 비중이 작았기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동력이 되기 어려웠으나, 분할 후에는 각각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