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주가 고공행진...인적분할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1 비율 인적분할 단행...신설법인 설립
작년 호주 국방부와 3조원대 방산계약 체결
부채비율 317%...재무 건전성 회복 과제
김동관 부회장 그룹 내 지배력 확대 전망
"사업 혼재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소 제거"

박소연 승인 2024.04.08 21:48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최근 급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1만20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인적분할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하루 10%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 법인 인더스트리얼솔루션(가칭)을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설법인과 약 9대 1의 비율로 인적 분할하고, 신설법인은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둘 예정이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력사업인 항공 및 방산 분야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

기업분할은 임시주주총회와 분할 신주 배정을 거쳐 9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방산, 시큐리티(CCTV), 산업용장비, IT서비스, 항공우주 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비중은 각각 18.59%, 62.84%, 19.66%, 5.09%, 6.85%, 1.34%를 차지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산사업은 자주포, 장갑차, 정밀유도무기, 재래식 탄약, 레이더 등 군수장비를 생산한다. 방산사업은 최근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호주 국방부와 수출용 장갑차인 레드백 129대를 공급하는 3조원대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세계 최대 방산 업체인 독일 라인메탈을 제친 결과다. ​ 올해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서 주력 제품인 K9 자주포의 추가 수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사업은 가스터빈엔진 및 엔진부품, 항공기 구성품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9조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핵심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장기간의 개발기간과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

​시큐리티 사업은 CCTV, 저장장치,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지능형 기술이 아날로그·네트워크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 또는 서비스와 결합해 고객에게 안전, 안심, 유용한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산업용장비사업은 칩마운터, 공작기계 등을 생산한다. 첨단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제품 기능·성능 및 신뢰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IT서비스업은 전산시스템 설계 및 구축 등을 제공한다. 우주사업은 국내외 정부 및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위성시스템, 위성영상 및 위성영상 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

​​​​◆ 자금 여력은 어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건전성 회복은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채비율은 317.2%로 2021년 181.0%, 2022년 ​286.7% 대비 급등했다. ​

​총차입금 역시 같은 기간 4조1700억원으로 전년 3조6258억원 대비 증가했다.

​순차입금 증가세는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2조270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4350억원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이유는 한화오션 인수 및 관계사 지분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인수에 한화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미국 신설 법인 한화퓨처프루프에 5억달러 출자를 결정하고 1억6000만달러를 투입하기도 했다. ​​

​일각에선 AA-(안정적)인 현재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의 장남인 김 사장은 1983년생으로,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중국법인인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직을 맡았으며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 한화큐셀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선 이번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김동관 부회장의 승계구도 굳히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 발표에 앞서 ​​(주)한화는 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비상장 자회사로 변경하고, 자회사인 한화오션 및 한화솔루션에 일부 사업을 양도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건설부문의 해상풍력과 글로벌 부문의 플랜트를 한화오션에 넘기고 모멘텀 부문의 태양광 장비를 한화솔루션에 양도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김 부회장이 이끄는 주력 사업인 방산·태양광·우주항공을 결집시키면서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인적분할로 실적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컨센서스(추정치)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분할 전 대비 각각 14.8%, 19.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속회사의 주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2년 이수화학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을 인적분할(8:2)해 기존 석유화학 부문을 남긴 채 정밀화학과 전고체전지 부문을 분할했다. 이후 존속회사의 주가는 하락한 반면, 신설회사의 주가는 상승했다. ​

​반면, 같은 기간 진행된 한화솔루션의 인적분할은 존속회사의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갤러리아 인적분할(9:1)과 함화첨단소재 물적분할을 동시에 단행한 바 있다. 인적분할와 물적분할에도 각 사업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 선수 한 마디

​증권가는 이번 인적분할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 결정은 방산 사업구조 완성을 위한 마침표다"며 "신설회사 가치 평가를 위한 분할보다는 존속회사의 사업 고도화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적분할 결정에 따른 주가하락 리스크보다는, 그동안 사업 혼재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소 제거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분할이 주주가치 변화에 미치는 영향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화비전·한화정밀기계 두 기업의 경우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양사는 실적 비중이 작았기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동력이 되기 어려웠으나, 분할 후에는 각각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