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승진에…"Key Man 리스크로 주주 괴롭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기이사 선임 피해, 주주들 평가 불가"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밸류업 대책이 우선”

김선엽 승인 2024.03.11 09:31 의견 0

정용진씨의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과 관련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이 이마트의 저조한 경영성과를 지적하며, 거버넌스 개선이 없다면 키맨 리스크(Key man risk)가 이마트 주주들을 계속 괴롭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8일 신세계 그룹은 정 씨가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지 18년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과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8.6%씩 보유하고 있다.

과거 뛰어난 경영 수완을 보여줬던 어머니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 보유 중이고 이번에 그룹 총괄회장을 맡았다.

신세계그룹은 인사와 관련, “유통 시장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졌으며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회장 재임 당시 정 회장의 경영성과는 저조하다. 이마트는 작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주요 계열사들이 적자 시현했다.

포럼은 "정 회장은 승진보다는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밸류업 대책 내놓는 것이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 회장이 등기이사 선임을 피함으로서 이마트 주주들이 정용진 부회장 시절의 경영성과에 대해 아무런 평가를 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포험은 구체적으로 4가지 측면에서 경영 문제를 지적했다.

우선 낮은 주가다. 지난 5년, 10년간 이마트 주가는 각각 59%, 70%하락했다. 동기간 코스피는 각각 23%, 37% 상승했다.

또한 포럼은 이마트가 시총 대비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마트 시총은 2조원이나 금융부채는 그 7배인 14조원이다.

아울러 무리한 M&A 후유증이다. 이마트는 최근 많은 M&A를 수조원의 차입금 조달로 성사시켰다.

포럼은 "미국 와이너리 등 본업과 무관한 딜도 많았고 성급한 마음에 비싸게 인수하기도 했다"며 "그 결과 23년 회계연도에 1592억원의 영업권을 상각했고 신용평가사들은 작년 말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룹 전체의 차입금 규모를 지적했다. 이마트가 43% 지분 보유한 신세계건설은 주가가 1년 사이 약 50% 하락해 시총이 830억원이다.

포럼은 "시장과 채권단으로부터 차입금 축소 압력을 받아 신세계건설이 골프장 3곳이 포함된 레저부문을 1820억원에 매각하지만 인수 주체는 이마트 자회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이다"라며 "최고 명문 트리니티클럽 매각이 아까운지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마트는 PBR 0.17배, 신세계건설 0.21배, 신세계 0.38배로 모두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다.

포럼은 신세계그룹과 이마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1월2일 증시 개장식에서 말한 것 같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동참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포럼은 "정 회장은 그동안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책임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 아닌가"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이마트 거버넌스 기본을 정립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주주, 경영진, 이사회와 얼라인먼트(Alignment)를 만들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라. 아니면 키맨 리스크가 이마트 주주들을 계속 괴롭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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