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엔디비아 고마워' SK하이닉스

52주 신고가 연일 경신...엔디비아 고공행진 영향
HBM 시장 선도...LPCAMM 양산 준비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재무 개선 추세
곽노정 사장 "3년 내 시총 200조 노린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 가능성 우려
"올해 실적 개선 이미 주가에 반영" 지적도

박소연 승인 2024.02.20 10:58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SK하이닉스가 연일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장중 15만3200원을 터치했다. 전 거래일 기록한 52주 신고가 15만2700원을 경신한 수치다. ​

SK하이닉스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오르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

SK하이닉스는 ​현재 최신 HBM 제품인 HBM3 시장의 선두 업체로,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다. ​

엔비디아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엔디비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7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1/2, 482달러) 대비 33.6% 주가가 올랐다. ​

메모리 업계 2위인 미국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빅3 기업 중 하나로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878억달러(약 117조2939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날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10조740억원을 기록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은 메모리 반도체로 휘발성 메모리인 DRAM(D램)과 비휘발성 메모리인 NAND(낸드)가 중심이다. S1, M10 일부 등 일부 팹(Fab·공장)을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인 CIS(CMOS Image Sensor) 생산과 파운드리(Foundry)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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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와 중국에 4개의 생산기지와 연구개발법인, 미국·중국·홍콩·대만 등에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며,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는 1단계 절차를 완료했다.

​D램 중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RAM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RAM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혁신을 거치는 동안 엔비디아와 돈독한 협력 관계를 지속해 왔다.

​2015년 삼성전자가 HBM2로 시장에 진입해 본격적인 경쟁 양상이 시작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에서 지난 2022년 기준 SK하이닉스는 50%의 점유율로 업계 1등이며, 삼성전자는 4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부진에도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AI 가속기 공급량은 지난해 400만대에서 올해 800만대로 늘어날 조짐이다.

5세대 제품(HBM3E)도 올해 상반기 중 엔비디아에 공급될 예정이어서 향후 SK하이닉스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6세대인 HBM4 역시 2026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아울러 SK하이닉스는 AI에 ​최적화한 신개념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LPCAMM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LPCAMM 시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대량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LPCAMM은 모바일용 D램 규격으로 낮은 전력 소모가 특징인 LPDDR(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5 칩을 여러 개 묶은 고용량 모듈이다. 기존 SO-DIMM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D램으로 꼽힌다.​

​LPCAMM이 상용화되면 노트북·PC 시장에서 사용하는 기존 규격(SO-DIMM)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규격은 복잡한 설계로 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간의 이동거리가 길어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 자금 여력은 어때?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달성했다. 이년 1년 만의 흑자 전환이다. 특히 HBM3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매출이 각각 5배, 4배 이상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연간 실적은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적자는 7조730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26.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재무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8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6조4100억원) 대비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차입금은 2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3조원) 대비 6조5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전 분기 31조5600억원 대비는 감소했다.

​2023년 말 차입금 비율과 순차입금 비율은 각각 55%와 38%를 기록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곽노정 사장·박정호 부회장 2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곽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곽 사장은 1965년생으로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통 하이닉스 맨이자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4년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로 입사한 뒤 연구개발(R&D) 분야와 생산 현장을 두루 거쳤다.

​미세공정 개발 연구를 맡으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5년부터는 제조 현장을 담당하며 포스트 이석희(전 하이닉스 사장)로 주목받았다.

​2017년 하이닉스 청주 FAB 담당 전무를 맡은 후, 2019년 하이닉스 부사장직을 맡았다. 이후 2021년 SK하이닉스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장에 이어 2022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4에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을 잘 준비하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해 재무건전성 유지에 신경 쓴다면 현재 시가총액 약 100조원에서 3년 내 시총 200조원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국 대선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 관계 및 중국 내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한국 기업들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정을 결정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를 번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VEU는 사전에 승인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의 수출 및 반입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제도를 말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무제한 유예 조치인 셈이다. ​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은 지난해 VEU로 지정됨으로써 별도 허가 없이 미국산(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에 도입할 수 있었다.​

​중국 공장 내 첨단 장비 반입이 막히게 되면 생산라인 업그레이드와 기술 향상이 어려워지게 된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내년부터 해당 공약들이 실행될 예정이다.

◆ 선수 한 마디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HBM 사업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사업은 올해도 순항할 것으로 보이며, HBM3E는 상반기 내에 고객사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글과 엔디비아도 반도체 설계기업인 ARM 기반 Server CPU 출시가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Server DDR5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양한 기업들이 신규 XR기기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Near Memory(니어메모리)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은 아직 니어메모리를 탑재하고 있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탑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불확실한 수요 환경이 지속되는 와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수요는 AI용 제품이다. 수요의 확실한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AI용 고성능 메모리에 강한 동사의 수혜 강도가 더욱 커진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이어 "HBM Capa(생산능력)는 계획대로 올해 말까지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증설할 예정이다. 점진적인 가동률 상향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판가 인상은 올해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으론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에 대한 의문적인 관점도 제기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 해 동안 주가가 89%나 올랐다. 주가는 이미 2024년 실적 개선을 반영하고 있다"며 "올해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주가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2025년까지 실적이 개선된다는 시장의 확신이 서야 할 것이다. 시장이 설득되기 위해서는 메모리 수요공급을 둘러싼 변수들이 좀더 명확해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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