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없는 주주환원' SK이노베이션, 자사주 첫 소각 이유는
8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3년에 걸쳐 현금 없는 주주환원 이어가
배터리 사업 조단위 투자 영향..올해 CAPEX 9조원 규모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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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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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사상 첫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초과 달성한 가운데 현금 없는 주주환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보통주 491만9974주에 대한 소각을 결정했다. 소각예정금액은 7936억1542만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3년 회계연도에 대해 기존 현금 및 현물 배당을 대신해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정책에 부응하고 주주와의 대화 등을 통해 주주 여러분들께 약속드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 이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첫 자사주 소각이라는 점과, 3년에 걸친 현금 없는 주주환원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의 3개년(2021~23년) 배당정책에 따르면 연간 배당 성향 30% 이상을 지향하고 있다. 배당 방법은 특정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22년에는 현금배당이 아닌 현물배당 방식으로 배당을 지급했다. 21년에는 현물배당으로 주당 SK이노베이션 자사주 0.011주(2508원)를, 22년에는 0.03395376주(5840원)를 배당했다.
배터리사업에 조단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데다,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하면서 현금배당 대신 현물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자본적지출(CAPEX)는 9조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사업 투자에 7조5000억원이 지출될 계획이다. 특히 북미에 확정된 포드와 현대자동차 합작법인(JV)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사업 외의 투자 규모는 경상 투자와 전략 투자를 다 합해서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지난 2년 동안 배터리 사업에 투자가 집중 되면서 회사의 재무구조도 안정성이 일부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며 "예정된 투자가 이루어지고 나면 2025년부터는 CAPEX가 눈에 띄는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감소세도 이어졌다.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과 배터리 사업의 적자가 이어진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77조2885억원, 영업이익 1조90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98%, 51%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5463억원으로 71.17% 감소했다.
이같은 현금 없는 주주환원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한 주주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은 따로인데 왜 배당을 자사주 소각으로 퉁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자사주 소각 발표에도 주가는 되려 -4.9% 하락했다"며 "SK온의 불리한 영업환경과 수익성 부진 장기화, 기존 사업부문의 뚜렷한 업황 개선 여부 미지수, 재무 건전성 악화 장기화 우려에 지속가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환원율로 따지면 기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배당성향 30%를 훨씬 초과해 달성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 배당성향 67%, 2022년 31.8%를 달성했다. 지난해는 8000억 규모 주주환원으로 주주환원율은 31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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