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1심 무죄 이재용, 나스닥 상장 도전할까

에피스, 2019년 흑자전환 후 지난해 매출 1조원 달성
2016년 좌초된 나스닥 상장 재도전 나설지 주목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 이중상장 반대 가능성 존재
한기 도는 나스닥, 2012년 이후 IPO 최소 기록 중

김나경 승인 2024.02.08 10:05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1심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삼성그룹의 사법 리스크 해소 조짐에 그룹이 미래 동력인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6년 무산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상장 가능성도 엿보인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지난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앞서 2015년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구 삼성물산에 매우 불리한 합병비율(제일모직 1 : 구 삼성물산 0.3500885)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로직스가 지난 2012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에피스를 설립할 때의 주요 정보인 바이오젠의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은폐했고(거짓공시), 2015년 회계연도에 갑자기 당시 적자기업이었던 에피스에 대한 회계 방식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4조5000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분식(분식회계)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직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라갔으며, 제일모직 지분율이 높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다.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인 삼성물산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던 이재용 회장은 합병 후 삼성물산 지분 16.4%를 확보해 삼성 경영권 승계에 성공했고, 구 삼성물산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불리한 합병비율로 5200~675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검찰은 2015년 있었던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완료 직후 이 상장의 추진 보류 공식화 역시 당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시세를 조종하기 위한 허위 이벤트였다고 의심했다.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였던 에피스의 호재성 이벤트가 제일모직의 주가 상승을 위한 일종의 허위 이벤트였다는 것이다.

에피스는 2015년 7월 27일 나스닥 상장 업무의 주관사 선정을 위해 10여 개의 글로벌 증권사 소속 IB에 제안서 제출 요청을 내용으로 하는 RFP(Request For Proposal)를 발송했다가 이듬해 1월 상장 추진을 중단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1심 무죄를 선고하며 삼성그룹의 승계 사법 리스크 해소 조짐이 보이자 삼성그룹이 향후 △바이오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3대 과제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바이오 사업 관련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당시 나스닥 상장 추진을 도맡았던 고한승 에피스 사장이 지난해 5연임에 성공했으며, 그간 에피스가 적자기업에서 매출 1조원에 달하는 흑자기업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현재 에피스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삼성그룹 내 최장수 CEO인 고한승 사장이다. 2012년 에피스가 설립되면서 초대 대표 자리에 오른 고 사장은 지난해 에피스 대표 5연임에 성공하며 올해 13년 차 임기에 접어들었다.

고 사장은 에피스 입사 전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인 다이액스(Dyax) 근무했고, 2000년 다이액스의 나스닥 상장에 기여한 바 있다.

2015년 당시 나스닥 상장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인물도 고 사장이었다. 에피스 내부 설명자료 <IPO 아웃룻>(2014.10.15. 작성)과 <바이오에피스-바이오젠사 미팅 결과>(2014.10.26. 작성), <바이오에피스-바이오젠사 미팅 결과> 등에 따르면, 고 사장은 바이오젠 등과 수차례 만나 나스닥 상장 계획을 추진했다.

2015년 3월 초, 상장 관련 자문을 맡게 될 씨티증권 미국 본사와 아시아 본부 헬스케어 분야 담당 임원들이 에피스 본사를 방문해 고 사장과 나스닥 상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에피스는 시밀러 개발비 마련을 위한 상장 추진 당시 10조원의 밸류에이션을 노렸다.

또한 에피스는 2015년 영업손실 약 1610억원의 적자기업에서 2019년 흑자 전환 후 지난해 매출 1조203억원으로 첫 1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에피스가 상장으로 최대 수혜를 입을 사람은 이재용 회장으로 꼽힌다.

에피스는 2022년 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에피스 지분 전량을 약 3조원에 인수하면서 로직스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로써 이재용 회장→삼성물산(18.10%)→삼성바이오로직스(43.06%)→삼성바이오에피스(100%)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도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다만, 에피스 상장에 몇 가지 걸림돌도 예상된다.

에피스의 자회사 편입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로직스의 주주들이 에피스의 이중 상장을 반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3조6946억원, 영업이익 1조113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에피스 실적이 빠진 매출 1조5680억원, 영업이익 5373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실적이 개선됐다.

대외적 여건도 좋지 않다. 지난해 나스닥 시장 기업공개(IPO) 건수는 총 19개로 2012년 16개 이후 최소치다. 이 가운데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시장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Evaluate)는 "전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고,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변종 출현 가능성으로 인해 상황이 고무적이지 않아 보인다"면서 "특히 바이오제약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최근 이밸류에이트 밴티지 설문 조사에 대한 일부 응답자는 이러한 법률이 변경되지 않는 한 이 부문에 '투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상장계획이 없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놓고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셀트리온은 지난달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14일 강원 강릉에서 열린 퓨처리더스 캠프에서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상장하도록 관련 부서에 주문해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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