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창업자보다 3세가 우대받는 나라

수출 제조 대기업 총수들과 사이좋게 먹방 연출한 尹
플랫폼 기업은 태생적으로 '독과점'을 꿈꾸며 출발
혁신기업 옥죄면 플랫폼 기업의 해외진출 어려워져

주주시론 승인 2023.12.21 17:24 | 최종 수정 2023.12.22 10:08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초 재벌 총수들을 대동하고 부산 중구 재래시장을 찾은 것을 두고 한참 동안 대한민국이 시끄러웠다.

네티즌들은 "재벌도 저렇게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는구나"라며 자조 섞인 푸념을 내놨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재벌 총수들을 대동해 전 세계를 돈 것도 모자라 그 와중에 프랑스 파리에서는 늦게까지 술판을 벌였다고 하니 검찰 출신 대통령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후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는 다시 재계 1, 3위 총수가 동행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가 글로벌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 대통령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사실상 전무하다. 어떤 글로벌 사업자도 기업을 보고 거래를 하지, 그 나라 정부를 보고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조른다고 ASML이 삼성과 안 할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윤 대통령,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용와대'에게 두어 달을 시달린 재벌 총수들이고 내년에도 종종 호출을 받을 테지만 그나마 대접을 받는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정부가 플랫폼 기업 죽이기에 나선 모습을 보면 그러하다.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의 반칙 행위를 막고,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윤석열 정부 표 플랫폼법'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최근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거대 독과점 기업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에 광고료와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길들이고 소상공인의 표를 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SM 시세조종 의혹'으로 검찰 소환까지 예정돼 있다. 또 정부는 카카오의 분식회계 의혹까지 제기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가 독과점이라고 힐난했지만 모든 기업은 독과점을 꿈꾼다. 그 덕에 쿠팡이 로켓배송을 해 주고 있고 우리는 배달의민족으로 동네 모든 음식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으며 금요일 밤 서울 시내 택시전쟁에서 해방됐다.

공정위는 "공정경쟁촉진법은 플랫폼 사업자를 옥죄는 법안이 아니라 혁신을 증가시키기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현업의 목소리는 정반대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본인 트위터에서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 테크 지형에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플랫폼법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제한을 받아야 하며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부산 떡볶이 먹방에 초대된 총수들은 모두 재벌 3~4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다.

수출 제조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는 지대하지만 또 다시 우리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선 혁신적 IT 서비스 기업들이 대거 쏟아져야 한다. 그들이 전 세계를 누벼야 한다.

그런데 올림픽 출전은 커녕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부터 발목이 꺾였다. 당장 카카오페이가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를 인수하려던 건이 지난 20일 무산됐다. 카카오 창업자의 검찰 소환이 문제가 됐다.

윤석열 정부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혁신의 싹을 잘라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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