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 사임은 이사회 정상화의 첫 단추일 뿐이다.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야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은 전날(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KCGI자산운용은 올 8월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직 사임을 요구했다.

현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직 및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12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후속 임시이사회를 토대로 신임 이사회 의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당기순이익 50%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에 사용하는 등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KCGI자산운용은 “이번 공시에서 근원적 수익성 개선 대책 언급이 없다. 현재 7.64%에 달하는 기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업계는 현 회장의 퇴임이 쉰들러와의 경영권 분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한 수라고 해석한다.

현 회장 취임 이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위스 승강기 업체인 쉰들러는 최근 회사 지분 일부를 넘기라며 현 회장 측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 이 같은 압박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쉰들러그룹은 2014년 현 회장이 파생금융 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가량의 손해를 입혔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올해 3월 현 회장에게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현 회장은 이 밖에도 별건의 주주대표소송과 ISD 소송도 재판 중이다.

쉰들러는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대거 처분하며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하락을 야기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만2789주를 장내매도했다. 지분율 0.06%에 해당하며 이 거래로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12.05%로 줄었다.

이에 따라 KCGI자산운용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주활동에도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KCGI자산운용이 공개주주서한을 보낸 지난 8월 23일 4만9300원에서 3달 만인 23일 4만5950원을 7% 가까이 하락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통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선언을 하면 그 후 길게는 2~3일, 짧게는 당일 주가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주가가 뛰었으며 향후 KCGI자산운용이 어떻게 활동을 이어가는 가를 보고 (주가의 승패를) 판단해야한다”고 말했다.

KCGI자산운용은 “주주대표 소송 패소 당사자(현 회장)로서 사내이사 사임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및 그 회사로부터 급여 수령 및 경영 의사결정 영향력 유지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