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2인자'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내용의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안을 결의했다. 회사 측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아름다운 용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내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며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44년간 LG그룹에 근무한 정통 'LG맨'이다.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을 맡으며 신사업 성장을 주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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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는 LG디스플레이(구 LG필립스LCD)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이끌었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현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인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2015년에는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구광모 체제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회사를 국내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키웠다.​

GM, 혼다,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JV)을 설립한 성과도 냈다. 수주잔고 역시 크게 증가했다. 권 부회장 취임 당시 200조원 수준에서 500조원으로 수주잔고가 확대됐다.

​권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아직 젊고, 전문경영인으로 역량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포스코홀딩스 회장으로 영전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현재 3연임 중인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막바지인 상황이다.

​최근 포스코그룹이 기존 철강업에서 이차전지 소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이차전지 분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포스코그룹은 지금까지 내부 출신만 회장직으로 선출했기 때문에 외부 인사를 처음으로 영입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KT와 함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LG출신 인사가 대표직을 맡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는 6개월간 이어진 경영 공백 기간을 깨고 지난 8월 LG CNS 출신 김영섭 신임 대표가 취임했다.

이와 관련 권 부회장은 지난 1일 열린 '배터리데이 2023'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

업계 관계자는 "인사 발표 이후로는 권영수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전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 그룹에서는 김만제 전 회장이 유일한 외부 영입 사례며, 그마저도 포스코 민영화 전 사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