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파두 사태와 증권거래소의 역할

정부의 묻지마 정책자금, 비상식적 밸류에이션에 기여
스타트업 육성 미명하에 'VC 일병 구하기' 된 IPO

주주칼럼 승인 2023.11.23 18:33 | 최종 수정 2023.11.27 10:51 의견 0

수개월 전 필자는 이상한 뉴스 하나를 봤다. 파두라는 기업의 투자자들이 경영권 영향 목적의 지분공시를 했기 때문에 파두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기사였다.

그러나 공시를 열어보니 비상장 시절 투자한 투자사 임원들이 파두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법규정에 따라 경영권 목적의 지분공시를 한 것일 뿐이었다. 그 기사로 인해 주가 반응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얼마가 지나 그 기사는 스리 슬쩍 삭제됐다. 필자는 이 일로 인해 파두라는 기업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번 달 파두는 증권 뉴스를 도배하는 자본시장 이슈의 중심이 됐다. 11월 8일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서 파두는 고작 3억2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공시하며,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수일간 급락했다.

파두는 상장 당시 장밋빛 실적 전망에 근거하여 공모가를 산정했는데, 너무나 터무니없는 실적이 나오며 사기 상장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거래소는 파두가 거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파두가 조단위의 시가총액을 기록했으며 시총에 비해 너무나 터무니없는 실적이 나와서 시장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지만, 이는 비단 파두만의 문제가 아니다. IPO 시장을 보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알 수 있다.

신규상장 기업들의 상장일 주가를 보고 있으면 이보다 더 한 투기판이 없다. 기업의 본질가치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으며, 투기의 장에 참여해서 단기 수익을 거둘 생각 뿐인 투자자들 밖에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신규상장 기업들은 상장 첫날 최고가를 기록하고 그 후 주가는 흘러내린다. 수개월이 지나고 보면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 반의 반토막 나 있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공모가가 부풀려진다는 이야기인데, 한국의 상황은 적당한 정도를 넘어 그 거품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 같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벤처캐피탈(VC)의 무분별한 투자와 정부의 과도한 스타트업 지원, 거래소의 무분별한 상장 승인 기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수년간 비상장주식의 밸류에이션과 상장주식의 밸류에이션을 비교해 보면 엄청난 밸류에이션 차이에 놀랄 수밖에 없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정부의 주도로 정부와 민간에서 무분별하게 풀린 정책자금이 스타트업으로 과도하게 흘러들어갔고, 스타트업들과 VC들은 돈잔치를 벌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부풀려진 가치에 투자한 VC들은 투자 회수의 수단으로 IPO를 이용했다.

M&A를 통해 투자를 회수하려면 누군가가 더 비싸게 사줘야 하는데, 이미 부풀려진 가격에 받아줄 수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지만, IPO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방법이었다.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과 낮은 금리 환경에서의 높은 유동성, VC들의 무분별한 투자와 거래소의 느슨한 상장 승인 기조, 개인투자자들의 투기 심리가 모두 맞물려서 IPO 시장은 거대한 VC 투자 회수 시장이 되어버렸다. 피해는 투기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본다. 그리고 증시의 자금이 IPO 투기에 쏠림으로써, 계속 소외되는 저평가 주식의 주주들도 피해를 본다.

파두 사태는 이러한 IPO 거품이 결국 붕괴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 같다. 공교롭게도 상장 전에 파두에 투자한 어느 VC는 3분기 실적 공시로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에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거래소는 이제라도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심사를 강화하고 증권시장의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작동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상장심사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파두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재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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