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불황 속 채무 상환을 위해 48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미코바이오메드가 결국 전체 규모 30% 이상의 대량 실권주 발생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2세 경영의 도화선이자 미코그룹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미코바이오메드가 미국 바이오 투자 실패에 잇달아 유상증자마저 외면받으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케이비증권은 최근 미코바이오메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에서 발생한 실권주 578만8148주를 인수했다. 전체 유상증자 규모의 32.16%로 인수금액은 156억5694만원에 이른다.
당초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 9월 6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으나, 11월 이를 486억원 규모로 축소했다.
최대주주인 ㈜미코는 이번 유상증자에 적극적 태도로 임했다. (주)미코는 전체 유증 규모의 24%에 달하는 배정물량 436만7329주를 모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악화되고 유증 목적이 채무상환이라는 점에서 미코바이오메드의 유상증자는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채무상환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회사는 투자설명서에서 290억원은 채무상환자금, 196억9000만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결과는 처참했다. 구주주 청약 비율은 62.7%에 불과했으며, 발생한 실권주의 일반공모 비율은 5.1%에 그쳤다.
주관사인 KB증권은 나머지 32.2% 물량을 모두 인수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실권주 인수는 증권사가 해당 회사의 지분율을 증권사 돈으로 모두 인수하는 것으로 부담이 크다. 때문에 보통 증권사 측에서 현실적으로 유상증자 규모 등을 제안한다. 유상증자 흥행 여부는 현재 증시와도 관련 있겠지만, 그보다 개별 회사의 신주 발행량, 사용처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사진=미코바이오메드)
미코바이오메드는 최근 실적 저하로 결국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상환에 나선 모양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으로 관심을 받았던 미코바이오메드는 엔데믹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61억원으로 전년대비 반토막 났으며, 영업손실은 259억원으로 적자규모가 확대됐다. 이 기간 순손실 규모는 267.7% 급증한 389억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확장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을 받는다.
앞서 미코그룹은 미국에 특수목적법인(SPC) 미코IVD홀딩스를 설립해 트리니티 바이오테크에 4500만달러(약 600억원)을 투자했다. 미코바이오메드와의 시너지를 노린 한 수였다.
미코IVD홀딩스는 전선규 회장의 장남 전지용 씨가 부사장으로 경영에 등장하며 2세 경영의 도화선으로 주목받았다. 전지용 부사장은 지금까지 미국 시민권자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하지만 트리니티 바이오테크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전선규 회장은 트리니티 바이오테크와 불협화음을 보이며 5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두 회사의 갈등의 골은 깊었다. 트리니티 바이오테크는 미코의 한국 회계기준 반영을 위한 재무 정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미코IVD홀딩스는 트리니티 바이오테크의 경영진 교체를 위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이에 트리니티 바이오테크는 지난 3월 미코IVD홀딩스가 일반 주주들과 상이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주라며 주의를 요했다.
미코바이오메드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실권주 발생을 예상하지 못했다. 올 3분기 매출이 적지 않다. 조달한 자금은 신제품 개발과 인도, 사우디 등 해외 사업 확장에 사용해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