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 그 후] ‘3분기 적자에 주가 제자리’ HLB파나진

김성기 전 대표, 부인 회사에 기술 유출 논란
김 전 대표 우군도 소액주주편 들어
소액주주, 올 3월 주총서 경영권 획득
파나진, 6월에 HLB그룹에 인수돼
피인수 후 주가 상한가 찍어

김나경 승인 2023.11.20 16:31 의견 0

[편집자주]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행동주의가 기지개를 켰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단순한 흠집 내기를 넘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승리의 경험이 축적돼야 합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성패(成敗)의 역사를 주주경제신문이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1. 서막의 시작

1) HLB파나진는 어떤 회사?

파나진은 김성기 전 대표 등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연구원 4명과 이성희 박사 등 제일제당 종합기술원 연구원 2명이 2001년 설립한 벤처회사다.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2006년부터 바이오 소재인 PNA(peptide nucleic acid) Oligomer를 전 세계에 독점판매하고 있다. PNA 소재는 유전물질과의 높은 결합력과 염기서열을 정확히 구별하는 능력으로 인해 분자진단이나 신약개발에 적합한 소재로 알려져 있다.

2007년에 유전자 진단칩 제조 판매 사업을 추가하여, 현재 바이오 소재 및 암 유전자변이 진단 키트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사진=파나진)

2) 왜 주주행동은 HLB파나진을 타겟으로 낙점했나

파나진 창업자인 김 전 대표와 소액주주의 갈등은 지난 2020년 시작됐다.

소액주주들은 김성기 전 파나진 대표가 부인의 회사에 파나진 기술을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의 부인인 박희경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이하 시선바이오) 대표가 시선바이오에 파나진이 독보적으로 생산하는 인공유전자(PNA)를 들여와 진단키트 및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파나진과 시선바이오는 아무런 지분관계가 없다. 단지 두 회사의 대표가 부부관계라는 연관만 있다.

그 덕에 시선바이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진단키트 사업으로 2020년 전년대비 21배 이상 오른 2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파나진은 이 시기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능력이 있음에도 개발하지 않아 시선바이오 대비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파나진 소액주주들은 시선바이오 때문에 성장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해당 논란은 지난해 시선바이오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한층 격화됐다.

김성기 파나진 전 대표이사. (사진=파나진)

2. 캠페인

1)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고 주주행동 측은 발표했나

2022년 11월 9일 소액주주 조만호 씨 외 17인이 파나진 주식 14.9%를 공동 보유약정을 통해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파나진의 최대주주는 기존 김성기 전 대표(12.72%)에서 조만호 씨 외 17인으로 변경됐다.

소액주주 측은 회사의 주요 주주로서 이사 및 감사의 선임·해임, 정관 변경, 자본금 변경, 배당, 분할·합병 등의 회사 업무집행 사항이 발생할 시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 회사 경영진은 어떻게 반응했나

당시 파나진은 김 전 대표의 배임 의혹에 대해 단순 끼워맞추기식 억측과 오해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3) 주주(소액주주, 기관투자자, 국민연금 등)의 반응은?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김 전 대표의 우호세력마저 소액주주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소액주주는 2012년 박준곤 전 각자대표의 횡령·배임 혐의 사건 당시 김 전 대표와 의결권 공동보유 약정을 맺고 김 전 대표의 우호세력을 자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세력이었지만 김 전 대표가 회사 경영에 있어 논란을 빚자 아군에서 적군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3. 표대결

1) 의결권 현황

(2023년3월31일 기준) 김성기 파나진 대표이사 12.72%, 김시욱 0.21%, 박준곤 8.40%, 소액주주 60.22%

2) 제47기 정기주총 결과 (2023년 3월 31일)

(1) 주주제안1: 사내이사 김명철 선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2) 주주제안2: 사외이사 이규섭 선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3) 주주제안3: 사외이사 김헌주 선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4) 주주제안4: 감사 기철 추가 선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4. 평가

경영권을 확보한 파나진 소액주주들은 HLB그룹에 회사를 넘김으로써 성공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뤄냈다.

파나진 소액주주는 지난 3월 주총 승리로 경영권을 확보 뒤, 4월 곧바로 대표이사를 김명철 전 대표로 교체했다.

이후 소액주주들은 곧바로 회사를 HLB그룹에 넘겼다. 파나진은 지난 6월 21일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양곤 회장이 이끄는 HLB그룹 내 5개 관계사로 구성된 ‘HLB컨소시엄’을 최대주주로 맞이한다고 밝혔다.

HLB그룹은 유상증자와 별도로 노마드4호 조합이 인수한 26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의 30% 콜옵션 권리도 확보했다. HLB그룹이 인수할 파나진 지분은 최대 23%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파나진 주가는 6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23일에는 장중 6720원에 거래되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파나진은 지난 8월 사명을 ‘HLB파나진’으로 변경하고, 장인근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장인근 대표는 "HLB파나진은 독보적인 PNA 기술과 액체생검 기반에 특화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로 국내 진단 시장에 주력해 왔다"며 "HLB그룹에 편입되면서 800억원에 이르는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했다. 여러 미국 계열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글로벌 진단 사업 확장과 PNA를 활용한 신약 개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5. 주주행동 그 후

소액주주 운동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던 파나진 주가는 최근 다시 3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HLB에 인수된 후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HLB파나진의 올 3분기 매출액은 95억9588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3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역616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6. 에필로그 : 주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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