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외인이 한국 증시로 돌아오게 하려면

한국 증시 저평가의 진짜 원인은 '지배구조'
한동훈 장관도 인정한 증거개시제도 필요

주주칼럼 승인 2023.11.09 16:21 | 최종 수정 2023.11.09 16:28 의견 0

이번주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였다. 조치 이후 시장이 급등락하기도 하였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조치에 대해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 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일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주가 변동에 의해 시장지수가 급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들 종목으로 수급이 몰리며 저평가 가치주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공매도의 운영 현실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있듯이 사실 한국 증시에서 더 중요한 것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다. 대부분의 나라에 공매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증시 대비 한국 증시가 크게 저평가된 현실은 저평가의 근본적 원인이 공매도보다는 다른 곳에 있다는 반증이며, 이는 극도로 낮은 주주환원율과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 등으로 대변되는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이다.

마침 공매도 금지 조치 직후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 공동으로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와 같은 상법 개정 없이 현행 법만으로도 충분히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 훼손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에게 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으로는 현실에서 재판에서 이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다만 설사 개정 전과 개정 후의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입법을 통해 해당 조문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법조문이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법조문의 취지를 구현할 수 없으면 있으나 마나 한 법이 아닌가 한다. 다수의 법조인들이 공통적으로 소송에서 주주들이 이사의 책임을 묻기 힘든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증거개시제도의 부재를 지목한다.

증거개시제도(영미법상 디스커버리제도)란 소송 돌입 전에 소송 당사자들이 사건 관련 증거 자료를 교환하는 절차이며, 양쪽이 요구받은 증거를 숨기지 않고 모두 공개해야 한다. 증거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위조, 훼손한 측은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에서도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지만, 요청 받은 측이 증거가 없다고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소송 상대방이 증거의 존재를 증명해야 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강제력이 없다.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제는 증거개시제도의 도입을 고민해 볼 시점이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증거개시제도를 통해 주주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소송 승소를 위해 매우 중요한데, 현재 한국에는 증거개시제도가 없기 때문에 증거 확보가 실질적으로 매우 어렵다.

검찰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권한과 수단을 가진 형사소송의 경우에나 불법 행위에 대한 혐의 입증이 수월하며, 주주대표소송 또는 손해배상 소송과 같은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혐의 입증이 실질적으로 매우 어렵다.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지배주주 및 경영진에 의해 훼손됐을 때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이러한 손해에 대한 회복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사적인 수단을 통해 손해배상이 이루어지거나 주주행동주의 등의 시장원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민사적인 해결책을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고, 자본시장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사전문법원 등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배임죄와 같은 이사의 형사 처벌 기준을 낮춰 줌으로써, 주주에 손해를 끼친 자의 형사적인 처벌보다는 시장원리와 민사적인 수단을 통해 주주가치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시장의 관심과 아젠다가 공매도에만 쏠려서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화두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 서명운동에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해당 법개정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자본시장의 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더 많이 알려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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