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 그후] JB금융지주, 가장 적극적 주주환원 뱅크가 되다

얼라인의 공격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JB금융지주
주총 표대결에서 얼라인의 완패...기관들 설득에 실패
주총 이후 주주친화 행보...주주환원율 30% 터치할 듯
더캐피탈그룹, 5대 주주로...내년 치열한 2라운드 예고

김선엽 승인 2023.10.06 08:00 의견 0

[편집자주]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행동주의가 기지개를 켰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단순한 흠집내기를 넘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승리의 경험이 축적돼야 합니다. 주주행동 성패(成敗)의 역사를 주주경제신문이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1. 서막의 시작

1) JB금융지주는 어떤 회사?

2013년 7월, 전북은행을 기반으로 하여 서남권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출범했다.

2014년 3월, 예금보험공사가 매각한 더커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여 JB자산운용을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같은 해 10월 광주은행을 자회사로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JB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 JB인베스트먼트 등 5개의 계열사를 확보하게 됐다.

최대주주는 설탕으로 유명한 삼양사다. 단, 라면회사인 삼양식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2) 왜 주주행동은 JB금융지주를 타겟으로 낙점했나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이 금융지주를 상대로 주주환원에 나선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ROE란 기업이 자기자본(주주지분)을 활용해 1년간 얼마나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냈다.

자본총액이 100억원인 A은행이 2020년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면 ROE는 10%가 된다.

또한 그 10억원을 자본총계로 편입할 경우, A은행 자본총액은 2021년 110억원이 되고 ROE가 10%이므로 그해 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주에게 중요한 시총은 얼마나 커졌을까.

A은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이면 A은행 시총은 2020년 30억원에서 2021년 33억원으로 고작 3억원 늘어난다.

주주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분명 A은행 임직원이 열심히 일해 10억원을 벌어들여 이를 모두 자본에 투입했는데 시총은 고작 3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체 7억원은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자본총액(순자산)이 100억원이 회사의 시총이 고작 30억원(PBR 0.3배)이고 PER도 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해외은행의 PBR과 PER은 각각 약 1.3, 9.5 정도로 우리와 격차가 크다. 얼라인은 이런 저평가 원인을 소극적인 주주환원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힘들게 번 10억원을 자본에 투입하지 말고 배당으로 직접 주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얼라인의 입장이다.

2. 캠페인

1)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고 주주행동 측은 발표했나

올 초 얼라인은 JB금융지주를 포함해 은행지주 7곳을 상대로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특히 JB금융지주에게는 △주당 배당금 900원 △ 사외이사 추천(김기석 크라우디 대표) 등 2가지를 제안했다.

2) 회사 경영진은 어떻게 반응했나

금융지주 7곳 중 유일하게 JB금융지주만이 얼라인과의 협상을 모두 거부하고 표대결을 선택했다.

JB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과도한 배당성향 확대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손해가 될 수도 있으며, 주주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했다.

김기석 대표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JP모간 등 글로벌 금융기관을 거쳐 호주뉴질랜드은행(ANZ) 한국 대표를 지낸 금융통이지만 JB금융지주는 검증절차와 후보자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했다.

JB노조협의회 역시 "얼라인의 횡포를 더 이상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다"며 반발했다.

3) 주주(소액주주, 기관투자자, 국민연금 등)의 반응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와 글래스루이스(GL)는 얼라인이 제출한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해외 은행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다는 이유로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주주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골자다. 얼라인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유했다.

3. 표대결

1) 의결권 현황

최대주주는 삼양사 및 관계사 14.61%
얼라인 14.04%
OK저축은행 10.21%
국민연금 8.21%

2) 주총 결과

(1) 주주제안1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900원 - 부결(찬성 26.75%)

(2) 주주제안2

사외이사 후보자 김기석 - 부결(찬성 41.32%)

(3) 기타

사측이 제시한 현금배당 주당 715원(찬성 74.41%)이 가결됐다. 사외이사도 사측이 추천한 유관우(찬성 79.23%), 성재환(찬성 63.40%이 선임됐다.

4. 평가

표대결 결과만 보면 얼라인의 완패다.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과 OK저축은행이 JB금융지주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김기석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찬성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3월 주총장에서 "주총 결과와 무관하게 JB금융지주 이사회가 극심한 주가 저평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장기적인 시각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주주권 행사를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5. 주주행동 그후

다른 금융지주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며 얼라인의 요청에 호응한 것과는 반대로 JB금융지주는 결전을 선택했고,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JB금융지주 역시 주총 이후 주주환원을 확대하며 주주들을 다독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의했다. 주총 때만 해도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자사주 취득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올해 JB금융지주의 총 주주환원율(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 자사주 매입금 등 주주환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32%에 이를 것이라고 하나증권은 예상했다.

DB금융투자 정광명 애널리스트는 "ROE가 은행 중 가장 높고, 가장 높은 보통주 자본비율로 주주환원 확대가 예상된다"며 타겟 PBR을 0.51배로 올렸다.

또 다른 변수는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더캐피탈그룹의 등장이다. 이 회사는 올해 1월 장내매수를 통해 JB금융의 지분 5.11%를 매입하며 5대 주주로 단순에 뛰어올랐다.

투자목적이 '단순투자'이긴 하지만 더캐피탈그룹의 투자로 얼라인은 향후 JB금융을 압박하기에 유리해졌다.

6. 에필로그 : 주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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