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어떤 회사의 공교로운 감사의견 거절

주주칼럼 승인 2023.09.27 20:00 의견 0

매년 3월이 되면 많은 한계기업들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줄줄이 상장폐지 되는 일이 발생한다.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오후 6시 7분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만호제강이 감사의견 거절인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를 했다. 몇 안 되는 6월 결산법인인 만호제강의 정기주주총회를 불과 이틀 앞둔 날이었다.

감사보고서 제출 한시간여 전에는 거래소가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했던 터였다. 만호제강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정기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이미 그 시한을 넘겨 지난 19일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를 했었다.

이 건이 다소 의아했던 것은 만호제강이 업력이 70년이나 된 중견기업이고 그동안 특별히 회계적인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만호제강은 투자자들 사이에 우량한 부동산 자산 등을 보유한 크게 저평가된 가치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금일 열리는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 측에서 사외이사, 감사 선임 주주제안이 이루어져 표대결을 앞둔 상황이었다. 얼마 전에는 소액주주 측이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 측 지분을 앞지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다 보니 일부 주주들은 회사가 경영권을 방어하려고 고의로 상장폐지를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 주주제안 측이 만호제강 주식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일부 받고 있는데, 상장폐지가 되면 정리매매날 담보주식이 반대매매로 강제 매도되어 자연스레 경영권 분쟁이 해결되는 것을 노리는 것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정황에 따른 추정이다.

만호제강은 이번에 외감법에 따라 지정감사를 받은 첫해로, 새로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지정감사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감사인의 주요 의견거절 근거는 다음과 같다.

“폐업한 거래처를 대상으로 매출을 인식하였다가 취소한 사례 및 거래처에 출고되지 않고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재고자산에 대해 수익을 인식한 사례 등 매출의 발생사실과 기간귀속, 재고자산의 실재성 및 완전성, 매출원가 계산의 적정성과 관련된 회계처리기준 위반 가능성이 회계부정 등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는 사항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회사의 내부감시기구에게 해당 내용을 통보하였으며, 회사의 내부감시기구는 외부전문가를 선임하여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외부전문가의 중간보고에 따르면, 당기를 포함한 과거 상당기간 동안 회사의 매출 중 상당금액은 거래처에 출고되지 않고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재고자산에 대하여 수익을 인식한 금액이며, 재고자산이 선적되지 않았음에도 수출매출을 인식하는 등 회사의 수익인식 기준에 회계오류 또는 회계부정이 있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실제 생산되지 않은 재고자산을 전산에서 생산이 완료된 것으로 처리하여, 매출원가를 인식하고 매출을 발생시킨 정황도 확인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허위 매출 등 상당히 심각한 회계분식에 관한 내용이다. 그것도 과거 상당기간 동안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업력 70년의 기업이 이러한 일을 벌여왔고, 기존 외부감사인이 이러한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이 매우 의아하다. 과거 감사보고서 공시를 살펴보면, 올해 처음 지정감사를 받기 전인 2022년까지는 동일한 회계법인이 16년 동안 만호제강의 외부감사를 해 왔으며, 단 한 번도 이번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었다.

이번 사태가 지정감사 제도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는 사례인지, 또다른 사정이나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차차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감사의견 거절 사유가 결국 해소되지 못해 주식이 상장폐지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이 입을 것이다. 회계부정은 엄단해야 하지만 경영진과 대주주의 잘못과 책임을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현재의 제도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오늘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떤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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