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위기 만호제강, 주총에선 5%룰 들이밀며 경영권 고수

'너넨 한패'라며 2대 주주와 소액주주연대 의결권 무효화
MK에셋 측 주주제안 부결되며 현 경영진, 1차전 승리
정리매매와 상장폐지로 흔들리는 주주들...2차전 불투명

김선엽 승인 2023.09.27 17:14 의견 0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열린 만호제강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 고수에 성공했다.

2대 주주측은 소액주주들을 규합, 1대 주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했지만 경영진이 이 중 상당수의 의결권의 효력을 일방적으로 부인하면서 주총은 싱겁게 막을 내렸다.

27일 부산광역시 중구 부산무역회관에서 열린 만호제강 주총은 약 1시간 반 동안 위임장 확인 작업을 거쳐 오전 11시 50분 경 시작했다.

회사 측 집계 및 발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김상환 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인은 약 128만표, 2대 주주인 MK에셋 측은 135만표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부산광역시 중구 부산무역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만호제강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사진=김선엽 기자]

감사보고와 영업보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보고 과정에서 내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외감기관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았다는 지적이 주주들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관련해 표결이 이뤄진 가운데 이사회 의장이 MK에셋 측이 주식대량보유 보고의무(이른바 ‘5%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150조 '중요한 사항을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의 기재를 누락한 자는 6개월 간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분에 대하여 그 의결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이다.

MK에셋과 소액주주연대 소속 일부 주주간에 공동보유약정이 체결됐으며 따라서 5%룰 위반이라고 의장은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10여분간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이에 소액주주연대 측은 공동보유약정을 체결한 바 없으며 인터넷 카페에 주주제안을 하거나 위임장을 받은 것만으로 공동보유약정을 체결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는 의장단에 의해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MK에셋 측의 주주제안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부 주주는 "이럴 거면 주총을 뭐하러 하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27일 부산광역시 중구 부산무역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만호제강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사진=김선엽 기자]

주총은 김상환 대표이사 측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측 모두 험난한 길을 남겨두고 있다.

경영진은 회기보고서 부실을 이유로 상장폐기 위기에 놓인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경영진에 의해 회계조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5일 외부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은 만호제강의 최근 회기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발표했다.

거래소는 이에 상폐 기준에 해당한다며 이의신청 등 상폐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2대 주주 측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우선은 의장단이 무효화 한 의결권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다시 한 번 이사 선임의 안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절차 돌입으로 소액주주의 마음이 떠날 가능성이 커, 정기 주총 만큼의 의결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의결권 확보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라며 "억지를 부리는 경영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송전으로 가면 자칫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정리매매 위험에 놓인 소액주주 일부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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