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화오션 R&D 산실 '시흥캠퍼스'...방산 초격차 나선다

시흥R&D캠퍼스, 미래 기술·방산에 초점
방산에 9000억 투자...2300조 규모 글로벌 방산시장 노릴 것

박소연 승인 2023.09.18 14:39 의견 0

"유상증자로 확보한 2조원을 살뜰하게 투자해 멋진 회사를 만들 것이다. 멋진 회사를 위한 산실이 바로 여기 있는 시흥 R&D캠퍼스다"

한화오션은 지난 15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중앙연구원 시흥 R&D캠퍼스를 공개했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영구원장은 "2018년에 설립된 시흥R&D캠퍼스는 미래 기술을 비롯해 방산에 초점을 두고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시흥 R&D 캠퍼스의 핵심 시설을 △HS4 육상관제센터 △자율운항 관제센터 △​음향 수조 △공동수조 ​△모형제작워크샵 △예인수조 △친환경&전동화 LBTS 순으로 둘러봤다.

◆HS4 육상관제센터...모든 선박에 기본 사양 적용

HS4 육상 관제센터 [사진=한화오션]

시흥연구소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HS4 육상 관제센터다.

한화오션은 자체 개발한 HS4(Hanwha SmartShip Solution & Service)라는 스마트십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선박이 운항하면 육상플랫폼에 데이터가 수집된다. 데이터를 수집하면 선박 데이터를 비롯해 항만, 환경, 설게 데이터를 모두 취합해 선주들에게 커스터마이즈 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육상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제공 데이터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한화오션의 HS4는 지난해부터 건조하는 모든 선박에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설계·시운전 데이터 같은 경우 선박에 필요한 데이터지만 다른 IT 업체에서는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선소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데이터를 수집해서 함께 서비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율운항선 관제센터...2030년 레벨4 완전자율운항 노린다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사진=한화오션]

선박이 운항 중인 대형 화면이 띄워져 있다. 화면 내 자율운항시스템을 정착한 선박은 기존 항로에 다른 배가 침범하자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기존 항로로 복귀한다.

HS4 미디어 연구실과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자율운항선 관제센터다. 한화오션 고유의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HAN-V/Hanwha Autonomous Navigation-Vessel)'를 활용해 이를 원격 제어하고 상시 운영하는 시설이다.

자율운항의 핵심기술은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최적화된 항로를 도출해 주는 경제운항솔루션, 운항 중 마주하는 여러 위험 요소에 대처하는 안전운항솔루션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선박에는 AIS(자동식별장치), 레이더, 전자해도 등 여러 센서가 탑재된다. 기존에는 선원들이 각각의 센서를 직접 판단했다면, 자율운항시스템은 자동으로 장애물을 탐지하고 관련 정보를 추출해낸다.

한화오션은 효과적으로 도출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기반, AR 기반의 두 가지 가시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디지털 트윈기반 시스템은 저용량 데이터로도 원격 관제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한화오션 측은 선박에서는 AR 솔루션을 활용하고, 육상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솔루션을 더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자율운항의 기술적인 부분은 국내 조선기업이 대등한 수준이지만, 디지털 트윈기반의 가시화 프로그램은 경쟁사들이 많이 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다"며 "한화오션은 궁극적으로 2030년까지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유일 방산 시설 '음향수조'​

음향수조 [사진=한화오션]

이어 수영장과 비슷한 공간이 나타났다. 얼핏 수영장과 비슷한 약품 냄새도 나는듯했다.

이곳은 음향수조로,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방산 분야 전문 연구시설이다. 수조의 길이는 25m, 폭은 15m, 깊이는 10m에 이른다. 수심은 8.5m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상함과 잠수함의 소음은 생명과 직결된다. 잠수함의 소음이 커질수록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음향수조를 통해 물속에서 소음이 어떻게 퍼지는지, 소음을 어떻게 줄이고 차단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마스커 에어 시스템(Masker-Air System)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기술은​ 적에게 함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공기분사 기술을 이용해 선체에 일종의 에어커튼(Air-Curtain)을 형성하는 시스템이다.

또, 유체 소음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잠수함 배관 내부의 유체 흐름에서 발생하는 유체 소음은 함정의 주요 소음원 중 하나다.

아울러 파라메트릭 어레이 시스템(Parametric Array System)도 개발했다. 잠수함은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음파를 활용하는데 이는 잠수함의 작전 성능과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한화오션은 음향수조를 통해 이 시스템을 개발해 인위적으로 저주파수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구현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내 조선기업 중 음향수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한화오션이 유일하다"며 "잠수함 설계부터 진동·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초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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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비테이션 막는 '공동수조'​

공동수조에서 케비테이션 현상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거대한 수조 안에 선박의 하단 부분과 프로펠러가 보인다. 시스템을 작동하니 선박 밑부분에서 형성된 기포가 빠르게 흘러간다.

공동수조는 선박의 케비테이션(Cavitation)​을 모사하기 위한 실험 설비다. 전체 길이 62m·높이 21m의 규모에 최대 출력 4.5MW 모터를 장착하고 총 3600톤의 물을 순환시켜 최대 15m/s까지 유속을 형성할 수 있는 대형 터널이다. 2020년 7월 완공, 전 세계 상업용 공동 수조 중 가장 큰 규모이면서 동시에 최신 연구시설이라는 설명이다. ​

실제 선박의 30분의 1로 축소된 모형을 설치해서 프로펠러, 프로펠러를 구동하기 위한 내부 모터 동력계를 설치한 후 배가 운항하는 환경 조건을 독같이 모사한다. ​

일정한 온도의 물속에 압력이 급격히 변동하면 물은 기체 상태로 변하는데 이를 캐비테이션이라고 한다. 발생한 기포는 강한 소음과 진동을 일으킨다. 모든 선박은 추진을 위해 프로펠러를 사용하고 있는데, 선박 운항 시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면 추진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강한 충격으로 프로펠러 날개가 침식되고 부러진다. 은밀하고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함정 특성상 케비테이션은 더 치명적이다.

따라서 케비테이션이 발생하지 않게 함정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CIS(케비테이션이 발생하는 속도) 계측 실험을 지난해 한 결과, 실제 군함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모형제작워크샵...3D프린터로 만드는 모형선 도입 예정

​일련번호가 적힌 노란 모형선이 적재된 공간이 나타났다. 이것은 실제 건조 중이거나 운항 중인 선박을 40분의 1 크기로 줄인 모형선이다. 모형선으로 각종 성능을 예측, 시험, 평가한 후 이 값을 실제 건조에 반영한다.

​기존 모형선은 나무로 만들었지만, 한화오션은 내년 장비를 도입해 모형선을 3D프린터로 만들 예정이다. 이탈리아 잉거솔이라는 대형 3D 프린터업체와 장비 도입을 준비 중이며,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복합 플라스틱 소재(ABS)의 10미터급 시험용 쌍축(Twin Skeg)선 모형 제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기존 나무로 모형선을 만들 때는 적층 과정이 필요했다. 적층 과정은 사람이 많이 필요한 공정 중 하나인데 생략될 경우 제작 기간이 22일에서 13일로 줄어들고, 48% 가까이 맨아워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최대규모·최신설비 '예인수조'

예인수조 [사진=한화오션]

모형선들을 지나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예인수조가 나온다. 시흥R&D캠퍼스 개소와 동시에 건립된 이 수조는 업계 최신 설비다.

길이 300m·폭 16m, 담수량 3만3600톤에 달하는 수조에선 모형선을 물에 띄워 예인차로 끌며 선박의 저항·자항·운동·조종 성능을 시험한다. 최대 7m까지 수심을 조절할 수 있어 상선과 함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박을 대상으로 맞춤식 시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모형선 110척 이상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는 연평균 27척 이상의 성능 시험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사측은 설명했다. ​

​​한화오션은 무인자동화 시험을 도입해 수조 효율을 높이고, 3D 프린팅 모형선으로 연 35척 실증이 가능하도록 생산성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전동화 LBTS....각종 추진 체계 사전 검증

마지막으로 선박과​ 함정에 탑재되는 추진시스템을 그대로 본떠 성능을 사전 검증하기 위해 육상에 설치한 시험 설비 LBTS(Land Based Test Site)를 살펴봤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친환경연료 LBTS는 상용급 연료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 신개념 배터리, 축발전기(SGM/Shaft Generator Motor), 암모니아 추진 등 탈탄소를 위한 친환경연료 기술을 시험한다.

또한 전기로 움직이는 선박과 함정의 체계를 시험하는 전동화 LBTS도 있다. ​​전기추진 설비와 다양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Solid Oxide Fuel Cell) 제품 테스트가 가능한 연료전지 설비가 대표적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aving System) LBTS를 활용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대형 LNG운반선에 적용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타입 MWh급 ESS 개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LBTS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은 국내 조선업계에서 한화오션이 유일하다"며 "​차세대 잠수함, 친환경 선박에 해당되는 핵심 정비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화오션, '초격차 방산' 인프라 구축할 것

중앙연구원 시흥 R&D캠퍼스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지난달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2조원 중 45%에 달하는 9000억원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해양 방산시장에 진출하고, 초격차 방산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특수선 건조와 관련해 3단계 투자를 마무리하면, 2029년부터는 연간 수상함 4척, 잠수함 5척, 창정비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진원 한화오션 함정성능연구팀 책임은 "향후 10년간 글로벌 함정 시장은 1경300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화오션이 진입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2300조 수준이 다"며 "한화오션은 방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해양 방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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