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주주환원은 기업의 의무다

주주환원에 확실히 선 그은 KT 신임 김영섭 대표
미·일·대만에 비해 현격히 낮은 한국 주주환원율
'기본 유보'에서 '기본 환원'으로 프레임 전환해야

주주칼럼 승인 2023.09.14 20:24 | 최종 수정 2023.09.14 20:26 의견 0

지난 11일 하나증권은 배당정책 변화 가능성을 이유로 KT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지난 7일 KT의 김영섭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앞으로 써야 할 돈을 지금 환원하는 것”이라고 발언했고, 김영진 재무실장도 “배당성향 50% 이상의 주주환원 정책은 사실상 지난해 말 끝났다”고 언급했다.

지난 13일 한 세미나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김규식 회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율(배당, 자사주매입/소각 포함)은 평균 27%로, 미국(84%), 일본(109%), 대만(50%)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진들은 주주들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를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는 관심없는 단기투자자들의 요구로 치부한다.

하지만 이는 몇가지 측면에서 명확히 옳지 않은 주장이다. 우선, 주주환원은 오히려 장기투자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장기투자를 하려면 배당 등을 통한 현금흐름 확보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장사를 하는데 장기간 현금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집의 주인인데 세입자로부터 월세를 못받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주주환원은 합리적인 자본배분 정책의 일환이다. 기업은 돈을 벌면 그 돈을 어떻게 배분하여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크게는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기존 사업에 재투자, 타기업 인수 등)과 투자자들에게 환원하는 방법(채권자에게 부채 상환, 주주에게 주주환원)이 있다. 기업의 경영진은 이러한 옵션들 중에 기업의 장기적 수익성을 가장 크게 높일 수 있는 용처에 돈을 사용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주주환원 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좋을 것이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표적인 예다. 버핏은 자본배분의 전문가로서 뛰어난 기업들을 인수하고 재투자하여 주주가치를 제고하여 왔다. 버크셔는 주주환원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주가는 과거 50여년 동안 평균 연복리 20%씩 상승했다.

다만 적절한 투자 기회가 없을 때는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투자도 하지 않고 부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현금을 쌓아만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인데, 적절한 규모 이상의 대부분의 현금을 유보하면 기업의 자본수익성(ROE)이 감소하여 주가가 하락한다. 상속증여세를 절감해야 하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일 것이다. 주가 상승을 원하는 일반주주와 이를 원하지 않는 대주주 간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낮은 주주환원율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주주환원은 “앞으로 써야 할 돈을 지금 환원하는 것”이라는 KT 대표이사의 발언은 주주환원의 증가는 마치 미래의 투자 재원을 소모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준다. 그러나 이는 자본시장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본시장의 본연의 기능은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기능이다. 미래에 투자가 필요하다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된다. 성장을 위한 투자 목적의 자금조달은 시장에서도 환영받을 것이다.

효율적인 자본시장에서는 기업이 돈을 벌고 마땅히 쓸 곳이 없으면 주주환원하고 돈이 필요하면 자금조달하는 신속한 자본의 배분 기능을 통해 생산성이 촉진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당수 기업들은 상장 후 주주환원도 하지 않고 자금조달도 하지 않아 상장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국가적인 생산성의 낭비다.

하버드 로스쿨의 Jesse Fried 교수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Charles Wang 교수의 2017년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상장기업들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순이익의 96%를 주주환원 해왔는데, 동시에 순이익의 55%를 자본시장에서 증자 등을 통해 조달해 왔다. 미국 자본시장은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자본배분의 프레임을 '기본 유보'에서 '기본 환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주주의 몫인 회사의 순이익 대부분을 기본적으로 주주에게 환원하여 자본이 기업 밖의 더 좋은 투자처로 흘러가게끔 하되, 기업 자체적으로 좋은 투자처가 있을 경우에만 자금을 유보하거나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자본배분의 프레임을 변경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국가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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