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두고 여의도 국회에서 치열한 의견 대립이 펼쳐졌다.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 등 재계와 학계 일각에선 기업의 자기주식 보유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행동주의 펀드 측에서는 경영권 방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으며 회사 경영은 이사회의 몫이고 이사회는 모든 주주를 위해 경영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데일리임팩트 공동 주최로 '행동주의 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세미나'가 열렸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으며,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교 교수,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장윤제 법무법인 세종 ESG연구소장,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본부장,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토론을 맡았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11일 '행동주의 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세미나'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발제를 맡았다. (사진=김나경 기자)
김규식 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는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은 주주제안을 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2015년 'Japan's Corporate Governance Code'를 도입해 일반주주 보호를 확실히 명시하였으며 이후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니케이는 크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관련된 규범, 하다못해 대법원 판례도 하나 없다"며 "일반주주 손해에 대한 이사의 책임도 없다. 한국 증권거래소가 한 달이면 상장 규정에 올릴 수 있는 사항이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존의 상법 및 각종 법률에 규정된 주주들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 주주가치가 제고되는 부분은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적 성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결과가 많다.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의 경우 기존 주주제안과 병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제도를 제거하고 전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인지 짚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 본부장은 이어 "우리나라의 경영권방어 수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우리나라 법무부 상법개정 해설서에 보면 경영권 방어를 자기주식 처분으로 하라고 설명해뒀다. 자기주식 의무소각이 글로벌 스탠다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상장은 주주들에게 투자를 받아서 주주들에게 수익을 나누어 주겠다는 뜻이다. 이사회는 모든 주주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상속세를 줄이는 방편으로 주가를 낮추기 위해 수익을 재투자하지 않고 계속 쌓아둔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누기 싫으면 상장 폐지 하는 것이 맞고, 상장했으면 주주들의 뜻을 수용해야 한다. 주주 중에는 단기투자자도 있고 장기투자자도 있는데 단기투자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어 "경영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처럼 이야기되고 있는데, 경영권을 왜 보호해 줘야 하나“라며 "주식회사는 제도와 법으로 이사회가 경영하도록 한다. 지배주주는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큰 것이지 경영을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지배주주가 경영하려면 이사회에 직접 들어와야 하며 이사가 아닌데 업무집행지시를 하면 이사처럼 책임을 져야 한다. 주주들의 권리 주장과 같은 위협이 없으면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장기투자를 하려면 주주환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주환원율은 20~30%며 그마저도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을 빼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거래소의 주요 수익원은 매매대금이다. 대주주는 매매하지 않는다. 일반투자자 매매대금이 주 수익원인 거래소는 일반주주 보호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