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주식을 200원에 파는 마트가 있다면? 우리는 당장 달려가 줄을 서야 하지 않을까.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 주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이마트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8배다. PBR이 0.18배라는 것은, 예컨대 100억원어치 순자산(자산-부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시장에서는 18억원의 가치 밖에 인정을 못 받는다는 뜻이다.

PBR이 1배를 넘는 경우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진이 현재의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장부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반대로 1배보다 작으면 장부가만큼의 가치도 창출하지 못한다고 평가된다. '멸공'을 외치는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객관적 평가다.

더 큰 문제는 0.18의 PBR도 실제로는 매우 높게 계산됐다는 점이다.

현재 이마트가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부동산은 장부가액으로 재무제표에 계상됐다. 1995년 이후 자산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실제 보유 부동산 가치는 장부가액의 10배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이마트는 2021년 11월 성수동 본사를 크래프톤에 1조2200억원에 매각했는데 당시 해당 부지의 장부가는 960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6800억원에 매각된 가양점 장부가 역시 435억원에 불과했다. 서울의 알짜 자산이라고 해도 장부가의 13~15배에 팔리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장부가는 10조원대로 이에 근거해 순자산은 약 13조원으로 잡혀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실제 가치는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런 기업의 시총이 2조원이라니.

한국적 상황을 모르는 해외 가치투자자라면 '이런 싼 주식이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5년 전만 해도 9조원에 육박했던 시총이 현재 반의 반 토막이 났으니 군침을 흘릴 만도 하다. 이마트의 파격세일이 한편으론 걱정되는 이유다.

한 펀드매니저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유통기업의 민낯이 이러하다"며 "솔직한 심정으론 불매운동이라고 하고 싶은데 다른 업체들도 하나 같이 이 모양이니 거를 타선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