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 9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아폴로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최초의 인간 달 착륙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명감을 지닌 정부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세계에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례였다.

미국은 이 과업에 단일 프로젝트로는 유례가 없을 만큼 정부 재정을 쏟아부었다. 10년 동안 전체 정부 예산의 4퍼센트인 280억 달러(2020년 가치로 2830억 달러, 약 360조 원)를 썼다. 참여 인원은 미국항공우주국, 대학, 연구기관, 민간기업을 망라하여 40만 명을 넘어선다.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빈곤, 실업, 인종 차별, 계급 갈등 같은 문제가 미국에 산적해 있는데 달에 사람을 보내는 일에 돈을 써야 하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폴로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인류의 시야와 지식은 지구 너머로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프로젝트와 연관하여 수많은 과학기술적 혁신이 일어났다. 컴퓨터 소형화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추진로켓, 전자장비, 자동항법시스템, 생명유지장치, 무선통신장치, 소형 카메라, 물정화장치 등이 최초로 개발되거나 기존 제품의 혁신을 거쳐 출현했다.

2023년 한국사회는 기후 위기, 미중 패권 경쟁,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3대 위기에 봉착했다.

신간 '사명이 있는 나라'의 저자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사회경제적 도전에 맞서기 위해 국가가 ‘사명 지향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근시안적 시각과 지평의 한계 때문에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때 장기적 관점을 가진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달에 보낸 ‘아폴로 프로젝트’의 사례처럼 국가가 사명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할 때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뤄낼 수 있다.

저자는 국가 주도의 과감한 투자로 10년간 전환재정 1000조원을 마련하여 우리가 당면한 위기들을 대담하게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이 중 600조를 국가 주도로 에너지와 생산 부문의 녹색전환에 투자하고 300조는 미래 선도 기술 개발에 투자해 글로벌 혁신 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한다.

마지막으로 100조 원을 출발 자금으로 삼아 국민부펀드를 만들고 매년 펀드 자금을 100조 원씩 증액하여 ‘온 국민 평생배당 사회’를 열자고 주장한다.

오 대표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누구나 나답게, 기본소득 대한민국’의 슬로건을 내걸고 기본소득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