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KT 지휘봉을 잡을 총사령관으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낙점됐다.

KT 주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김 후보자가 다시 지난해의 주가 랠리를 보여줄 것인지다.

구현모 전 대표 시절 '디지코(DIGICO) KT' 전략과 같은 비전을 김 후보자가 제시할 수 있는지, 또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 전체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돌파력을 갖췄는지가 관건이다.

◆ LG구조본 출신의 깐깐한 CFO, '용산의 복심'까지 얻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30일 제2회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 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KT 안팎에선 김 후보자가 무난하게 임시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임 수장인 구현모 전 KT 대표와 달리 김 후보자는 사실상 '용산의 복심'을 얻은 인사기 때문이다.

내부 출신 대표인 구 전 대표는 연임을 희망했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격랑에 휩싸였고 결국 구 전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다.

이후 이사회는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단독 후보로 확정했지만 역시 여권에서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윤 후보자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KT 수장은 반년 넘게 공석이 됐다.

세 번째 후보가 된 김 후보자의 경우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으로 알려졌다.

돌고 돌아 결국엔 여권의 낙점을 받은 인사가 직원 2만명의 거대 조직인 KT의 수장이 되는 셈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시절부터 해서 전국에 KT 지사가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으로 갈수록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 못 한다. 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인으로서는 KT를 여러모로 활용하고 싶기 때문에 자기 사람을 수장으로 앉히고 싶어한다. 이 사단이 난 이유다"고 말했다.

◆ 뼛속까지 CFO...연공서열 연봉체계 손볼 수도

김 후보자가 이사회에 의해 단독 후보로 지명된 이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탓에 그의 행보를 두고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후보자의 이력을 고려할 때 미디어, 클라우드, 인터넷뱅킹으로 대표되는 탈통신 사업의 가치를 극대화 할 인물로는 손색이 없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과연 그가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지, 또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KT의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이후 38년 간 LG에서 근무한 ‘LG맨’이다. ‘재무통’이면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LG 구조조정 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지냈고, LG CNS 대표 시절에 자회사 정리를 통한 기업 구조 개선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KT의 경쟁기업인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과연 어떤 CEO가 될 것인가.

김 후보자와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한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그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았다.

IT업계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LG상사 출신이다보니 처음에는 IT 쪽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워낙 머릿수대로 인건비 따 먹는 사업이다보니 매력적으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LG CNS의 CFO 시절에는 사람 머릿수가 아니라, 서비스를 정량화 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프라이싱 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전했다.

한 마디로 "숫자가 나와야 움직이는 사람"으로 뼛속까지 CFO인 사람이란 의미다.

LG유플러스를 거쳐 CNS 대표를 맡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김 대표는 연공서열로 연봉을 책정하는 것에 도무지 납득하지 못 했다. 하지만 정량적으로 임직원을 평가하는게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기술역량 레벨 평가'를 도입했다. 필기시험으로 연봉을 정한다고하니 다들 공부하기 바빴고 당연히 불만도 속출했다"고 설명했다.

◆ 직원에 대한 기대치 높고, 강단도 갖춘 리더...문제는 거버넌스

좀처럼 타협을 하지 않는 것도 CFO로서 그가 성공적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요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결코 오케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영업맨들은 애가 탔는데 결국에는 김 대표의 그런 원칙이 LG CNS의 수익성을 끌어 올렸다. 강단이 있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김 후보자가 숫자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아닌 듯 싶다. 때론 큰 그림을 그리는데 매우 능숙하고 과감하다는 평가다. 김 후보자가 LG CNS CFO로 있던 때 서울시 교통카드 사업을 따 내면서 드디어 삼성SDS를 제친다는 기대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KT에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는 또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능력치를 요구한다고 한다.

앞선 관계자는 "트윈스 선수 타율을 줄줄 외우고 다니는 야구광이었는데 선수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나 줄줄 읊는 스타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연 KT 내부의 거센 저항을 뚫고 KT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까.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선 KT의 거버넌스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 전 대표가 재임 중 주가 부양에 성공했지만 연임에 실패한 것은, 딱히 KT 수장이 주주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김 후보자는 당연히 연임을 원할텐데 무엇을 통해 자신의 목표에 다가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