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웰패션이 패션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분할신설회사를 설립한다.
실적이 미미해 기업평가에 악영향을 미쳤던 전자사업을 로젠택배와 함께 존속회사에 떼 놓음으로써 패션사업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다는 목적이다. 추후 전자 사업 매각의 밑그림도 그려 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인적분할의 공식처럼 여겨지는 현물출자와 유상증자를 배제할 것임을 사전에 천명했다.
동국제강이나 현대그린푸드 등과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코웰패션이 이번 인적분할로 소위 주주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코웰패션의 지주사인 대명화학 권오일 회장이 존속회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된다. M&A의 귀재이자 패션업계 '얼굴 없는 재벌'로 불리는 그의 행보에 주주들도 촉각을 기울인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웰패션은 오는 12월 28일 전자부품사업과 패션사업을 인적분할 할 예정이다. 신설회사는 한국거래소 심사를 받은 후 내년 2월2일에 상장될 계획이다.
존속회사에는 전자사업 부문과 운송사업 부문이 남고, 분할 신설법인(가칭 폰드그룹)은 패션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사진=코웰패션)
분할비율은 코웰패션 0.6345328 대 폰드그룹 0.3654672다. 현재 코웰패션은 최대주주 대명화학(지분율 48.78%)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1.02%다. 인적분할로 인한 두 회사의 지분율 변동은 없으며, 최대주주 역시 대명화학으로 유지된다.
이와 관련 코웰패션은 "최대주주가 이미 지주회사이며 지배구조가 공고한 상태에서의 인적분할이라 추가적인 현물출자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 인적분할의 목적은 최대주주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지배력 강화가 아닌 각 사업 부문의 핵심역량 가치 부각과 사업 경쟁력 강화이다. 따라서 소액주주를 비롯한 주주들의 지분율 변동으로 인한 지분 가치 훼손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코웰패션이 온라인채널을 강화하지 못한 운송사업을 이참에 실적이 부진한 전자사업을 매각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하기 위해 존속회사에 남겨두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코웰패션은 지난 2021년 3400억원의 비용을 들여 로젠택배를 인수했다. 로젠택배의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홈쇼핑 채널에 비해 부진한 온라인채널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로젠택배 인수 후에도 패션사업 부문에서 홈쇼핑 채널의 비중은 여전히 70%를 넘었다. 홈쇼핑채널 비중은 2021년 75%, 2022년 73%, 올해 1분기 73%를 기록했다.
게다가 2015년 합병한 필코전자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올해 1분기 코웰패션 전자사업의 매출비중은 전체의 3.79%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 하자 실적이 부진한 전자사업으로 인해 코웰패션의 기업가치도 낮게 평가되는 실정이다.
코웰패션은 "인적분할을 통하여 신설회사는 기존 저평가됐던 패션사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브랜드의 해외 진출 및 확장을 계획 중이다. 존속회사는 부동산, 전자사업, 택배사업으로 특화되어 부동산을 보유한 자사주로서의 가치와 안정적인 임대수익 확보, 가전제품과 전기차에 필요한 전자부품 사업으로서의 성장성, 그리고 안정적이고도 지속성장추세인 택배사업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적분할을 위한 임시 주주주총회는 오는 12월 12일 열린다. 코웰패션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권오일 사내이사 선임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신임 권 이사는 코웰패션의 최대주주인 대명화학 지분 90.25%를 보유하고 있다. 코웰패션은 2015년 대명화학에 인수된 이후 회사 외형이 대략 5배 가량 커졌다. 권 회장은 외부에 노출을 극도로 꺼려 직원들도 얼굴을 모른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