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K-은행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읽는 법

돈으로 해결이 되는 E와 S에만 자원집중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인 G에는 소흘
주주보다 감독원을 신경쓰는 은행경영
PBR 0.3~0.4...K-은행주의 초라한 민낯

주주시론 승인 2023.08.03 15:17 | 최종 수정 2023.08.03 15:28 의견 0

국내 굵직한 기업들이 줄줄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거래소 상장사는 의무사항이다. 2019년부터 시작됐다. 보통 4월과 8월 사이에 발간된다.

특히 2025년부터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공시 역시 의무사항이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ESG 관련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은행도 예외가 아니라 지난주부터 시중은행들이 연달아 ESG 경영 활동 내용과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 중이다.

보고서의 첫 번째 독자는 단연 주주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이 보고서를 읽어보는 독자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투자 판단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ESG는 기업의 경영활동이 친환경적인지(E),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S),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췄는지(G)로 판단하는 비재무지표다.

많은 경영학 전문가들이 한국의 기업은 E와 S보다 G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워낙 거버넌스가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주주가 가장 꼼꼼히 살필 부분도 다름 아닌 G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의 보고서는 이 부분이 가장 부실하다. 딱히 G 개선을 위해 노력한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 보고서를 보면 E 부분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업무용 차량 친환경차 전환, 금융자산 탄소중립, 녹색금융 펀드 조성, 생물다양성 관리 정책 등을 각 은행이 시행 중이다.

S는 더욱 풍부하다. 각 은행이 금융 사기 피해구제, 금리 인하 요구권, 양성평등 구현 등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타트업 지원, 사회적 기업 투자, 소상공인 지원 등 상생금융도 수행 중이다.

하지만 G 영역에서는 입조심이 심하다. 이사회 구성원과 업무 배분 현황 등이 소개될 뿐 그들이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담지 않았다.

기업은행의 경우 총 11회의 이사회가 열렸다고 써있을 뿐 정작 이사회 논의 사항은 담지 않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도 회의 결과만 있을 뿐이다. 주주의 대리인인 이사들의 발언 내용은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따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찾아봐야만 이사별 활동 내역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찬반 여부 뿐이다. 이사의 발언 내용이나 찬반의 이유 등은 함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은 이사회 활동을 '최고수준'이라고 자체적으로 평가해 기재했다. 기업은행 이사회도 종합 평점 4.9점을 스스로에게 매겼다.

흔히들 은행은 주인이 없다고 말한다. 은행장이고 이사고 주주에게 잘 보일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돈으로 해결이 되는 E와 S에는 팔을 걷어붙이지만 거버넌스 앞에서는 머뭇거린다.

은행들의 이익을 쌓는 것도 주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충당금 지시 때문이다.

금감원에게 보고하는 것의 100분의 1이라도 주주에게 상세하게 보고하면 어떨까.

4대 금융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배 수준에서 굴러다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관치라면 뒤지지 않는 일본 조차도 은행의 PBR은 0.6 정도다.

오죽 답답했으면 주주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올 초 국내 7대 상장 은행지주사를 상대로 주주 캠페인을 펼쳤나 싶다.

한 행동주의 투자자는 "제도가 문제가 아니다.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이들의 마인드와 관행이 문제다. 현재의 회사법 안에서도 충분히 주주를 위한 경영이 가능한데 관의 눈치를 보느라 그러지 못 하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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