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이 상장 3사 합병을 공식화했다. 기존 주주들은 합병회사 투자와 주식매수청구권(이하 주매청) 행사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전문가들은 주매청의 규모가 커지면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적이라고 조언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지난 11일 이후 7거래일간 총 1조3574억원 증가했다.
앞서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은 셀트리온그룹 합병 절차 본격 돌입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며, 셀트리온은 다음 날 합병 주간사를 선정 완료하고 사업회사 간 합병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 이후 3거래일간 강세를 지속했다. 이 기간 셀트리온제약은 27.1%까지 급등했으며,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은 각각 12.7%, 8.0% 상승했다.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 1년간 주가 추이
세 회사가 합병되면 셀트리온의 분업구조에서 유래하는 일감 몰아주기와 분식회계 논란 해소가 기대된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하면 셀트리온제약이 국내유통,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다.
경영 효율성과 회계 투명성이 개선되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CT-P42'의 허가를 신청했으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의 출시도 준비 중이다. 유럽에서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과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의 허가 신청을 마쳤다.
다만, 이러한 기대에 따른 주가 상승세는 최근 한풀 꺾인 모양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14일 이후 4거래일 동안 각각 8.0%, 7.63%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셀트리온은 5.1% 떨어졌다.
정작 실적이라는 내실은 챙기지 못했다는 증권가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올 2분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영업이익이 30.0%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유플라이마'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등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개인이 보험을 들어야 해 병원은 각 개인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보장하는 약을 처방해준다. 이때 PBM은 보험사에서 보장할 약품 리스트를 정해주는 민간 기업이다. 결과적으로 PBM의 리스트에 등재되지 못한 제약사는 병원 처방이 적어져 매출에 타격이 크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플라이마의 경쟁 제품의 PBM 등재 이후 주가 하락이 발생했다"면서 "PBM 점유율 1위인 CVS가 선호 제품을 선정하지 않은 만큼, 아직 기회는 남아있지만 단기간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가와 미래가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무작정 주매청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주매청을 행사하는 기존 주주가 많을 시 부담스러운 비용으로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회장은 지난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받아주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된다"고 밝혔다.
작년 말 기준 셀트리온그룹의 소액주주비율은 셀트리온 66.4%, 셀트리온헬스케어 58.6%, 셀트리온제약 45.1%이다.
하지만 현재 셀트리온의 재원으로 매수할 수 있는 소액주주의 지분은 약 10% 내외에 불과하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및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각 자사주(교환사채 발행, 매각 가능) 7070억원, 3085억원, 추정 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은 4900억원, 4100억원 등 약 1조2000억원, 7200억원 활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 금액은 현 주가 기준 셀트리온 소액 주주(연금 제외) 59.8% 중 최대 5.2%, 헬스케어 소액 주주 66.2% 중 최대 6.3%의 지분 취득이 가능하다"며 "결론적으로 현재 재원으로 소액 주주 지분 중 약 10% 내외 매수 가능하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