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해운 운임 하락으로 HMM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매각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6일 934.3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이후 2주째 1000포인트 아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4000포인트 대를 유지하던 SCFI는 경기 둔화 우려에 급락했다. 해운사 실적은 운임과 직결되기 때문에 HMM의 2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654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2조9371억원) 대비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올 1분기에는 매출 2조816억원, 영업이익 30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7%, 90.3% 급감하며 실적 감소가 본격화된 모양새다.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LNG해운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이 회사 최대주주인 IMM컨소시엄이 인수 제안을 거절할 것으로 전해졌다.
HMM은 매각 가격으로 3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IMM이 HMM과 단독 협상을 진행할 당시 논의된 6000억원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HMM은 현대LNG해운의 원주인이기도 하다. 재정난을 겪던 지난 2014년 HMM(당시 현대상선)이 PEF인 IMM에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약 5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회사 입장에선 LNG 운반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HMM은 IMM에 가스선 사업부를 매각할 당시 맺은 경업 금지(경쟁업종 금지) 조항 때문에 2030년까지 LNG 수송업에 진출할 수 없다는 제약에 묶인 상태다.
19일 HMM의 주가는 1만886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시가총액은 9조 2233억원으로 코스피 37위 수준이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HMM은 컨테이너, 벌크(유조선/건화물선), 기타(터미널 등)의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매출 비중은 각각 84.15%, 13.71%, 2.14%를 차지했다.
회사의 주력 사업인 컨테이너 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94.91%에서 올해 1분기 10% 가량 낮아졌다.
HMM은 지난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까지 선복량을 120만TEU 규모로 확대하고, 벌크 선대를 55척으로 확장해 컨테이너선 의존도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26년까지 선박, 터미널 등 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15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글로벌 컨테이너사 중 시장점유율 3.1%로 8위에 위치해 있다. 2020년, 세계 3대 해운 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해 2030년까지 10년간 협력할 예정이다.
항로별 매출 비중은 2022년 기준 미주(43.4%), 유럽(29.6%), 아시아(17.3%), 남북(9.6%)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사의 벌크 사업부 매출은 2022년 기준 유조선 73%, 건화물선 27%로 구성된다. 벌크 사업부 매출은 2018년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HMM의 총 선대는 올 1분기 기준 컨테이너선 72척, 유조선 15척, 건화물선 13척을 기록했다. 적재량 기준으로는 각각 81만 TEU, 386만 DWT, 167만 DWT 수준이다.
회사는 24년 상반기 13K급 컨테이너 선박 12척 인도로 약 15만 TEU 증가하고, 25~26년 매탄올 추진 9K급 컨테이너 선박 9척 인도로 약 8만 TEU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자금 여력은 어때?
HMM의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8.4%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9% 증가했다.
회사는 배당금 관련 충당부채의 증가로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배당금 지급일인 4월 이후 부채비율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입금의존도는 전 분기와 동일한 14.9%를 유지했다.
전 분기 대비 자산과 차입금이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면서 차입금 의존도도 변동 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HMM의 현금성 자산은 올 1분기 기준 13조1271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3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HMM은 지난해부터 김경배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1964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 사장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후 현대모비스 기획실장, 현대자동차그룹 비서실장·글로벌전략실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현대글로비스 대표를 역임했다. 2018년에는 현대위아 대표로 취임했다.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연소 대표와 최연소 사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글로비스의 경영권을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이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선임되기 전 불과 3년 사이에 5명의 대표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9년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김 사장은 지난 1일 1억원 규모 자사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직원의 자사 주식 매입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매수 시점을 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총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다가 주가가 1만7500원까지 하락하자 매입에 나선 것을 두고 회사 측이 주가 반등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HMM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가 여전히 주가 불확실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HMM의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은 올 1분기 기준 2조6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채에 대해 모두 전환 및 신주인수권 행사가 이루어진다면, HMM의 주식 수는 현재 4억 8904만주에서 최대 10억 2504만주로 증가한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은 주당 가치의 희석 가능성과 그에 따른 자금 회수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주식 전환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HMM은 조기 상환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10월부터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산은과 해진공은 조기상환에 응하지 않고 주식으로 전환했다. 전환가가 주당 5000원에 불과해 주가 대비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HMM의 매각 절차가 시작됐지만, CB·BW는 가치 희석 및 인수 금액 부담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 이들 채권에 대한 조기 상환, 전환 여부 및 규모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 선수 한 마디
HMM의 올 1분기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27배(동일업종 1.7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4배를 기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SCFI는 지난해 대비 80~85% 하락한 수준"이라며 "2023년 운임 수준이 향후 2분기와 3분기 실적에서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HMM의 재무가 우량하기 때문에 불황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 연구원은 "올 1분기 기준 HMM의 재무는 역사적으로 매우 건전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동사의 순이자 비용은 연간 2000~4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000억원 대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불황기에 컨테이너 선사는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적자 규모가 극에 달했던 2016년에는 HMM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6400억원으로 악화됐다. 공급량 기준 TEU당 15만원의 현금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와 같은 극심한 불황이 온다고 가정했을 때, 동사의 잠재적 영업현금흐름은 단순 계산 시 약 8000억원 이상의 영업 현금흐름 손실이 예상된다. 투자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10년 이상, 높은 수준의 투자 상황을 감안해도 두 사이클 이상(48개월)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보유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