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주저주저'..."차라리 행동주의 펀드에 위탁해라"

기금운용본부가 사실상 수탁자책임 활동 업무 맡아
2022년 이후 공개중점관리대상 없어
관여절차 1년→6개월로 줄여야
2달째 KISCO홀딩스 이스트스프링 사태파악 못 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안건화부터 어려워"
김우찬 교수 "행동주의 펀드 위탁 제안"

김나경 승인 2023.05.31 14:41 | 최종 수정 2023.06.02 14:06 의견 0

국민연금이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를 도입했음에도 주주제안이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조직 내부 문제로 인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면, 차라리 행동주의 펀드에 위탁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도 나왔다.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경제개혁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과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의 공동주최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수탁자책임이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자로서 투자대상 회사의 가치 향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고객과 수익자의 이익을 도모할 책임을 뜻한다.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노동시민사회단과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의 공동주최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나경 기자)

발제를 맡은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이지만, 국민연금공단 내 조직인 기금운용본부가 사실상 수탁자책임활동 업무 전반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적인 차원에서만 보자면 2022년 이후 공개중점관리대상 기업이 단 1곳도 없다"며 "(국민연금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에 대한) 공개된 자료가 적어 객관적 판단이 어려웠다. 자료가 적다는 것 역시 국민연금기금이 수탁자책임에 소극적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정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역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내역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인 '국민연금 연차보고서'가 매년 이듬해 가을이 돼야 등록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2022년 주주관여 활동 대상 기업 수가 79개에 이름에도 공개된 기업이 5개에 불과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와 시장 신뢰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동의했다.

노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충실한 수탁자책임활동을 위한 과제로 우선 관여 활동 절차를 유연화해 '비공개 대화→비공개 중점관리기업→공개 중점관리기업→적극적 주주활동(주주제안 등)'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별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여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주주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부장은 "지난 3월에 있었던 KISCO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국민연금의 '일임운용' 의결권을 '위탁 운용' 행태로 행사했던 사건과 관련해서, 국민연금 측은 1~2달이 지난 아직까지 사태파악 중이라는 대답만 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에 안일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위탁은 운용사가 주식 소유자에게 별도의 위임을 받지 않고 운용사 이름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일임의 경우 운용사는 주식 소유자에게 의결권을 따로 위임받아야 한다.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기금고갈을 최대한 미루기 위해 건전한 수익성을 추구해야 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 자리에 검찰 출신을 임명한 것은 현재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을 향한 다양한 의견에 원종현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은 "실질적 안건 통제 사항은 간사들의 권한으로만 가 있으며,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안건화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국민연금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행동주의 펀드에 위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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