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제동 건 EU·미국...이유는 화물?
EU 집행위 중간보고서 "4개 노선 가격상승 및 서비스 질 하락 우려"
미국 법무부 소송 검토 중이라 현지 매체 보도
특히 화물 독과점 우려가 크다는 분석 나와
합병 위해 대한항공의 발 빠른 대처 중요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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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9 17:58 | 최종 수정 2023.05.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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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잇따라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면서 합병에 제동이 걸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지난 18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예비조사 결과를 담은 중간격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이하 SO)를 내고 "두 회사의 인수는 유럽경제권과 한국 간 여객·화물 운송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보고서에서 특히 "한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간 4개 노선에서 여객과 화물 운송 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21년 1월 시작된 EU 집행위 심사는 시장 경쟁 제한 우려로 지난 2월 2단계 심사로 넘어간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 퇴짜인 셈이다.
EU 집행위는 오는 8월3일까지 대한항공이 새롭게 제시한 시정조치 방안 등을 고려해 양사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여부를 결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사진=대한항공]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EU 집행위에 이어 미국 법무부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양사 합병 시 미국과 한국 간 여객 및 화물 운송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결정이 임박한 것도 아니라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해외 경쟁 당국이 이와 같이 시장 경쟁 제한 우려를 내놓는 이유에 대해 여객보다 화물 독과점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세계항공수송통계(WAT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한항공은 항공화물 수송실적이 104억톤·km를 기록해 5위를 기록했다. 카고룩스(Cargolux), 아틀라스항공(Atals Air), 칼리타 항공(Kalitta Air) 등 화물 전용 항공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44억톤·km로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 국적기 대한항공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화물 운송에서 엄청난 실적을 냈고 항공업 내에서는 롤모델이 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부분을 해외 경쟁 당국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위협으로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 자금으로 1조원을 이미 투입한 만큼 합병이 불허될 시 인수금을 되찾는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대한항공의 발 빠른 대처에 양사의 합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교수는 "EU 집행위와 미국 법무부의 반응은 호락호락하게 합병 승인을 내리지 않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양사 합병을 위해선 대한항공이 슬롯을 반납하고 알짜 노선을 코드셰어링(항공사 간 편명 공유)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외교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대한항공이 시장 경쟁 제한 우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하지 않고 미온적이었다는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은 SO에 포함된 경쟁 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EU 경쟁 당국 또한 정해진 절차에 의해 SO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 또한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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