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1년 전과 달랐다...디테일 챙긴 LG엔솔

자사주 표현 대신 '회사 주식 매입'으로 발표
경영진은 진짜 주인인 주주의 대리인일 뿐
다른 기업과 언론도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야

주주시론 승인 2023.03.30 17:44 | 최종 수정 2023.03.30 17:45 의견 0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30일 회사 주식 1000주를 장중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 주주들을 흐믓하게 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57만2800원, 총 매입 금액은 5억7280만 원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4월에도 회사 주식 1000주를 주당 42만 원에 매입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권 부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책임 경영 실천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라며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 고객가치를 높이고 주주 신뢰를 강화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지주사인 LG에서 15억9500만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19억6800만원을 연봉으로 수령했다. 본인 연봉의 약 16%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으로 사들인 것이니 적지 않은 규모다.

눈에 띄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의 보도자료 문구다.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부회장 회사 주식 매입 공시'라고 표현했다.

작년에는 'CEO 권영수 부회장 자사주 매입 공시'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주시론>(http://s-econ.kr/View.aspx?No=2279411)이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법인이 본인 회사 주식을 매입하면 그것은 자사주지만 경영자가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주식을 산다고 해서 그것이 자사주가 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하지만 경영진이 보유한 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살아있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규모도 분명 차이가 크다.

1년 만에 LG에너지솔루션이 이 부분을 수정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다른 기업들은 경영진의 회사 주식 매입을 두고 버젓이 '자사주 매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 한명호 LX하우시스 사장, 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애경산업도 임대영 대표 등 임원진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자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겠지만 부적절한 표현이다. 의결권이 살아있는 유통 주식을 자사주라 표현하면 안 된다.

기업들의 이런 발표 관행이 혹시 '회사=대표이사'라는 등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언론도 이제 이런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위임을 받아 회사를 경영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주식이 많건 적건, 대리인은 대리인일 뿐이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