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가 움직였다...경영권 소송 60% 증가

행동주의 펀드 대상 기업 4년 새 3배 늘어
골드만삭스 "한국 시장 22%의 평가가치 재평가 가능“
ISS·GL, 행동주의 펀드 주주제안 '반대' 권고
한국상장사협의회 "펀드 목적은 수익성..장기적으로 지켜봐야"

김나경 승인 2023.03.23 16:51 | 최종 수정 2023.03.24 09:46 의견 0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 기업들이 주주총회(이하 주총) 시즌에 발맞춰 주주제안과 소송 등으로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던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구심점으로 탈바꿈하는 모양새지만 단기 수익을 위해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국내 상장사들이 피소당한 경영권 관련 소송은 총 88건(소송 제기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 증가했다.

소송 대부분은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제소한 것으로 주주제안 내용이 주총 안건으로 다뤄지도록 압박을 넣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관련 소송내용은 △주주총회 소집 허가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의안 상정 가처분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 △검사인 선임 등이다.

올해 대표적인 주주행동주의 펀드 활동에는 SM엔터테인먼트, KT&G, BYC, 태광산업 등으로 엔터테인먼트부터 의류회사까지 기업의 성격에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조사업체 인사이티아(Insightia)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펀드 대상 기업은 2018년 16곳에서 2021년 27곳, 지난해 47곳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의 활약에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골드만삭스 "한국 시장 재평가 기회"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한국: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제안에서 오는 기회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제안들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암시하는 고무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과거 한국 기업이 외국 펀드로부터의 주주제안에 직면해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었지만, 최근 주주제안은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개인 투자자, 국내 펀드들이 적극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시장의 평가가치는 주주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재평가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의 △배당수익률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가가치 간 상관관계 등을 적용할 경우 현재 한국 시장은 22%의 평가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 등 조치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 지수 등재 가능성도 크다”며 “MSCI 등재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주주 권리, 가치 향상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기대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 2월 28일 기준 SM엔터의 주가가 연초 대비 69.6%(7만5200원→12만7600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BYC는 35.4%(36만8000원→49만8500원), 오스템임플란트도 36.0%(13만7500원→18만7100원)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에 선을 그은 KT&G의 주가는 8만90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하락했다.

◆기업과 윈-윈할 주주인지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이와 반대로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는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에 의문을 표했다.

ISS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을 한 것 중 KT&G와 남양유업의 주주제안에 일부 찬성한 것을 제외한 모든 제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장이 충분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글래스루이스(GL)는 KISCO홀딩스, KT&G, JB금융지주의 주주제안 중 KT&G와 JB금융지주의 주주제안에 반대 입장을 전했다. KT&G와 JB금융지주가 이미 적절한 주주환원을 추진 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펀드의 목적이 수익성인 만큼 단기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킨 후 매각해 오히려 주식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에 도움을 주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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