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연 "복수의결권은 주식시장 공정탑 무너뜨려"

주식시장 공정탑 vs 벤처기업 육성 팽팽
박상인 교수 "중소기업 자녀에게 경영권 세습 쉽게 해"
김병욱 의원 "벤처기업은 창업주 노하우 중요"

김나경 승인 2023.03.21 17:02 | 최종 수정 2023.03.21 17:48 의견 0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이 복수의결권 법안 통과를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주식시장의 공정탑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것이 골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투연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복수의결권 법안은) 주식시장의 공정과 평등을 훼손할 가능성이 다분하며, 가뜩이나 열악한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므로 소액주주 권익 보호 차원에서 복수의결권 법안 통과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가 불가피한 대규모 투자로 인해 경영권을 뺏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창업주에 한해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투연은 "2021년 5월 김병욱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벤처기업 지배주주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지배주주 1주마다 1개를 초과하는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해주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사실상 창업주가 1주당 100개, 1000개까지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꾸밀 수 있는 구조로 1주당 10개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정부안(‘20.12.)보다도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 의원 외 10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21년 5월 26일 제안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있다.

해당 법률안은 주주평등주의 원칙 보완 장치로 창업 후 3년이 지나고 최근 3년간 금융관계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하기 위해서 4분의 3 이상 주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였다. 또한 정관기재사항과 복수의결권주식의 소멸 요건 및 의결권 제한 요건, 발행 보고를 법률에 명시하도록 했다.

김기문(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2월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복수의결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복수의결권은 벤처기업 육성과 주주평등주의 사이의 경중을 따지기 어려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김 의원은 해당 법률안 제안 이유로 "벤처기업은 창업자의 경험과 철학, 노하우가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벤처기업 생태계에서 대주주의 경영권이 불안하여 창업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역시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벤처나 스타트업은 자기자본이 적어 공장 증설과 같은 성장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자의 지분이 높아지는 경우) 창업주는 아차 하면 기업을 빼앗긴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복수의결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미국·영국·프랑스 등 17개국에서 이미 도입된 선진적 자본시장제도"라며 "혁신 기업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표출하고 도전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 기업환경 조성과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복수의결권제 도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복수의결권 법안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쉽게 세습할 수 있게 하는 위 법안이 통과되면 이후 재벌들도 형평성을 이유로 복수의결권 혜택을 요구하게 되는 정말 나쁜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투연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향후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와 자본시장 수준을 후퇴시킬 가능성을 이유로 이용우, 박주민, 박용진, 오기형 의원 등이 반대 의견을 표했다.

한투연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일몰조항이 없기 때문에 주주가 소수일 때 미리 복수의결권을 충분히 발행해 유지하면 주주 4분의 3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외적으로 불공정을 인정해주자는 것은 공들여 쌓고 있는 주식시장 공정탑의 일부를 허무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한투연은 공식 카페를 통해 "벤처기업 일부 지배주주가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특권을 주는 특혜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며 "벤처기업을 보호 육성하자는 것은 좋은 취지이지만 그 벤처기업이 상장돼 특혜를 누리면 다른 대기업들도 특혜를 주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