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주식매수청구권’ 대신 ‘자회사 주식 현물 배당’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결정시스템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
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현물 배당하는 방안 대안으로 떠올라

박소연 승인 2022.11.11 17:48 | 최종 수정 2022.11.11 18:07 의견 0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하는 방안이 모회사 주주가치 보호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내놨다. 방안으로는 ▲물적분할시 공시 강화 ▲물적분할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상장심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최근 일부 기업이 고성장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여 단기간 내 상장하면서,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일반주주의 피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분할된 신설회사의 주식을 분할 전 회사의 일반주주들이 배분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일반주주들이 분할부문에 대한 주주권을 직접 행사하지 못하게 되고, 물적분할 상장된 유망 사업 부문의 가치가 모회사 주식 가치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기업공시서식 및 거래소 상장 기준 개정은 올해 10월까지 마무리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올해 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주보호 방안 관련 핵심 사안은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다. 상장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해당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때 물적분할을 의결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견을 밝힌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게 된다.

[사진=금융위원회]

다만 주식매수청구권의 경우 주주보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 분할 이슈로 해당 회사의 주가가 이미 하락한 상황이라면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주 보호의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장기투자자의 경우도 2개월 등의 단기간 산술 평균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결정 시스템이 합리적이라고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현물 배당하는 방안이 떠오르는 추세다.

금융위도 주주보호방안 예시로 ▲모회사 주주에게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하는 방안 ▲모회사 주식과 신설 자회사 주식을 교환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 ▲배당확대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해 자회사 성장의 이익을 모회사 일반주주에 환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영미, 유럽 등지에서는 자회사 동시 상장 시 모회사가 보유하는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현물 배분한다. 독일 다임러는 다임러트럭을 물적 분할해 상장할 때 신주 6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한 바 있다. 영국 GSK도 헤일리온을 물적분할 후 상장할 때 신주 54.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했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 삼기는 2020년 10월 전기차 배터리 부품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삼기EV를 설립한 후 지난달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시켰다. 삼기는 기존 주주들에게 삼기EV의 주식을 현물배당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배당이 가장 이상적인 주주보호방안이라고 판단한다"며 "최근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한 기업 중 KT, 이마트, 신세계, SK이노베이션등이 정관상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배당이 가능한 형태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하면 모회사 주주들이 입는 피해가 일정부분 상쇄될 것"이라며 "기업이 물적분할을 하는 이유는 핵심사업에 대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모회사는 실효성이 낮은 사업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모회사에 남은 사업의 미래가치를 커버해줄 만큼 자회사 주식을 배당한다면 주주보호 방안으로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가가 크게 하락한 기존 주주들도 현물배당을 주장하고 있다.

SK케미칼을 상대로 한 주주행동주의에 나선 안다자산운용은 지난 8월 "이사회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SK케미칼이 보유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10% 정도를 일반주주들에게 현물배당 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LG화학이 주주 보상방안으로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이보다 더 적극적인 소액주주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며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지분 일부를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에게 현물배당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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