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이유는

모듈과 부품 제조 부문 분리해 2개 자회사 출범 예정
현대모비스 "불법 파견 리스크 해소 목적"
전문가 "지배구조 개편 및 승계 포석'
소액주주 "향후 상장시 현대모비스 가치 하락 우려"

박소연 승인 2022.11.03 08:18 | 최종 수정 2022.11.03 17:37 의견 0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2개 자회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모듈과 부품 제조 부문을 분리해 사명을 각각 '모트라스', '유니투스'로 정하고 이달 출범시킬 예정이다. 현대모비스가 해당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새로 설립되는 모듈통합계열사에는 울산, 화성, 광주 공장을 통합하고, 부품통합계열사에는 에어백, 램프, 제동, 조향, 전동화 부품 공장을 통합시킬 계획이다. ​​

회사는 이번 자회사 설립으로 불법 파견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10여 개 협력사에 속한 6000여 명의 하청 인력을 공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생산 라인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설립되는 자회사가 이들 협력사를 흡수한다.

현대모비스 자회사 설립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4%,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9%,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17.3% 보유하고 중이다.

정몽구 명예 회장은 현대차 5.7%, 현대모비스 7.1%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2.6%, 기아 1.7%, 현대모비스 0.3% 만을 가지면서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보유 지분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을 향한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10대 대기업집단 중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한 유일한 그룹이다. 정부는 순환출자를 통한 기업집단의 계열사 지원, 동반 부실 등을 막기 위해 2013년부터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현대모비스 또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을 지배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자회사 설립으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서게 됐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회사 설립이 지배구조 개편 의도는 아니지만, 선제적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포지셔닝 될 것이다"며 "정몽구 전 회장→정의선 회장으로 7.17%의 현대모비스 지분 승계는 이뤄질 것이고,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보유 지분을 재편할 것"이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제조 부문은 자회사로 돌리고, 수익성 높은 사업과 성장성 높은 사업 부문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은 최상위 지배회사로 포지셔닝 될 현대모비스에 좀 더 최적화된 그림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결국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라며 "이를 위해 모비스 지분 확대를 통한 현대차-기아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모듈·AS(애프터서비스)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현대차그룹 지배회사로 남기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정의선 회장→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비판에 결국 무산됐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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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설립을 두고도 소액주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최대주주라는 지위 때문에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또한 향후 자회사 상장 시 현대모비스의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을 두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자회사 설립은 기존에 위탁 운영하던 생산 협력사들을 통합하는 개념이다. 지배구조 개편이 되려면 지분이 오고가는 등 실질적으로 그룹에 영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며 "자회사 상장은 아직 계획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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