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삼성 회장 이재용, 등기이사 복귀가 우선이다

사법리스크 여전하지만 전선을 사수하겠단 의지로 해석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삼성그룹과 미전실 공식화해야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 복귀, 그룹 컨트롤타워 필요
주주 향한 이사회 책임을 명확히 해야 주주친화경영 완성

김선엽 승인 2022.10.27 15:55 의견 0

'왜 지금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직에 올랐다. 회장은 상법상의 직함이 아니기에 권한이나 책임 측면에서 회장 승진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외국 기업 정상을 만나 스스로를 소개할 때 'vice'를 떼는 정도랄까.

그보다는 '그룹 총수=회장'이라는 국내 재계의 암묵적 공식을 따랐다는 해석이 나을 성싶다.

6년째 계속되는 사법리스크가 도통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음에도 이 회장이 총알이 쏟아지는 글로벌 경영 전선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피력했다는 점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김한조 이사회 의장의 발의를 거쳐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2020년 10월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선임 당시 이사회 의결 대신 보고만 거친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당초 내년 초 정도로 재계는 이재용 회장 승진을 예상했다. 그리고 등기이사 복귀도 동시에 이뤄지리라 기대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쳤다고 본 것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기대도 흘러나왔다. 회장 취임 이후 주가가 우상향하는 그림을 경영진은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주가를 우상향시키기 위해 먼저 할 일은 다른 것들이다.

우선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으나 이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물러났다.

기업 경영의 형식과 실질을 일치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권한만큼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에 복귀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의미 있는 결정으로 비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국정농단으로 해체된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구성이다.

시가총액이 600조에 이르는 지금의 삼성그룹을 있게 한 그 '주도면밀'과 '일사불란'의 중심에 미래전략실이 있었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비서실-구조조정본부(구조본)-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어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는 과거에도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이번에 다시 미전실이 부활한다고 해서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언론을 앞세워 슬그머니 미전실을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권한과 책임을 대내외에 명확히 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 두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이사회다 보니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9년 전 고 이건희 전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삼성전자 시총을 2배로 키운 이재용 회장이다. 그의 회장 취임에 의문을 품는 이가 거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주주를 만족시킬 또 한 번의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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