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경영] 느티나무, 미션으로 길을 이끌다-下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8.31 16:29 | 최종 수정 2022.09.05 15:00 의견 0

▲가치 있는 미션
코카콜라는 "세계를 상쾌하게 만들고 긍정과 행복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가치와 새로운 차이를 창조한다(To Refresh the World, To Inspire Moments of Optimism and Happiness, To Create Value and Make a Difference)"라는 기업 미션을 가지고 있다.

코카콜라의 기업 광고나 BTL(Below the Line) 활동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반향을 일으키곤 하는데, 얼마 전 행복 자판기로 또 한 번 큰 히트를 쳤다. 큰 자판기에서 콜라가 계속 나오도록 하거나 콜라를 누르면 피자가 같이 나오도록 장치를 해서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행복 자판기를 통해 서먹하던 분위기가 밝아지고 모두가 즐거워하는 마법 같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남아 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코카콜라가 경영 활동 속에서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미션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기업의 미션은 경영의 방향을 잡아 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준다. 물론 형식적인 미션을 정해 놓고 평소에는 기억도 못하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단기적 이익에 몰입하기보다는 사회를 위해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는 미션을 잘 실천하는 기업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미션을 명문화 하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인도의 라이프스프링 병원이 있다. 의료 수준이 매우 낙후된 인도에서 '맥도날드'식 표준화로 혁신을 일으킨 출산 전문 병원이다. 비록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병원의 미션은 명확하다. 의료 서비스의 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추고 생산성을 높여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도 받지 못하던 소외계층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미션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부터 명확한 콘셉트를 잡았다. 병상은 20개 전후로 하여 소형병원을 지향하고, 전체 병원의 70퍼센트 이상을 일반 병실에 할애했다. 자연분만 및 제왕절개 비용은 사립병원의 약 50퍼센트 수준으로 낮춘 대신 어려운 수술은 취급하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숙련이 아닌 신입 의사나 보조 조산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해졌다. 수술 과정은 철저히 매뉴얼화 시키고 수술 장비도 '도구 세트'를 개발해 사용했다. 그래서 '맥도날드'식 병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미션이 경영을 바꾼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례이다.

믿을 곳이 있다면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결심을 하거나 바람을 기원할 때는 절대적인 존재를 찾곤 한다. 그것이 종교가 되기도 하고 집안의 큰 어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존재로 마을의 큰 나무를 찾았다. 이때 가장 어울리는 나무가 느티나무다. 마을마다 자리 잡은 거대한 느티나무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비록 약간은 미신적인 요소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느티나무 거목을 보면서 마음 속 흔들림을 바로잡고 미래를 위한 다짐을 할 수 있었다는데 더 의미를 부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때로는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약간의 편법이 어려운 경영에 큰 이득을 제공해 줄 수도 있고, 조금만 포장하면 작은 성과로 큰 이름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흔들리기 쉽다. 반드시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더라도 직원들을 위한다는 것이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매 순간들마다 선택의 방향을 잡아 주고 기준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존재가 바로 기업의 미션이라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느티나무는 정자나무로 사랑받는다. 그래서 그 아래에는 사람이 많이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누군가 이야깃거리를 내놓게 되고 사람들의 귀가 그곳으로 쏠린다. 느티나무는 품격을 가지고 있다. 억센 줄기는 강인한 의지를, 고루 퍼진 가지는 조화된 질서를, 단정한 잎들은 예의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충효예의 나무라고 할 만하다. 느티나무는 수명도 길다. 서울 남산에는 여러 종류의 노거수가 있는데 그 중 느티나무가 약 200년 수령으로 최고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 경영에 대입해보자면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 고객이든 직원이든 사람이 모이니 기업이 성하게 된다. 의지와 질서가 잡히니 규율이 잘 서는 조직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모이고 규율이 잘 서면 기업도 당연히 오래 간다. 느티나무 하나만으로도 경영의 전부를 배울 지경이다.

바쁜 일상이긴 하지만 잠시라도 여행을 떠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어느 마을에서 건 느티나무 한 그루 정도는 마주치게 될 것이다. 혹시 그 중에 조금 더 신성한 느낌을 주는 느티나무를 만나게 되거든 우리 회사의 미션은 무엇인지, 혹은 아직 미션이 정의되지 않은 기업이라면 우리 회사의 미션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큰 팔을 벌리고 하늘의 태양을 한껏 품은 느티나무를 통해서 좀 더 생명력 있는 미션을 생각해 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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